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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위 수백개 구멍… 비움으로 채운 그림

OCI미술관서 김민정 개인전

김민정 '더 스트리트'

얇은 한지를 향불로 지져 구멍을 냈다. 하나씩, 하나씩, 수십, 수백 개의 구멍… 호흡의 완급에 따라 구멍은 듬성하게 혹은 촘촘히 종이를 채웠다. 구멍(空)으로 채운 한지 조각을, 불로 지진 그 종이를 물 묻힌 붓으로 화면에 갖다 붙였다. 채움과 비움, 불과 물. 역설 속에서 태어난 작품 제목은 '도배'. 우리가 생각하던 이분법적 사고, 경직된 생각을 뒤흔든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한지를 들고 이탈리아로 유학 갔던 작가 김민정(53)이 지천명을 넘기고서야 고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창의적 작가 지원과 신진작가 육성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OCI미술관에서다. 최신작인 '도배'는 세로 4m, 가로 2m의 대작으로 미술관 입구에서 관객을 보듬어 안는다.

작가는 르네상스 미술의 저력이 궁금해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동양화와 서양화의 개념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 중요한 것은 어떤 재료를 쓰느냐의 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0여 년 전 당시는 설치와 영상작품이 인기를 얻던 때였지만 그는 '가장 잘 아는 재료'인 한지를 움켜쥐었다. 향불로 구멍을 내는 것뿐 아니라 촛불로 한지를 태워 선과 색을 만들기도 했다. 가장자리를 태워버린 한지 하나하나를 우산살처럼 붙이는 작업 과정은 명상과 긴장을 넘나드는 수행의 시간이었다. 바스러질 듯한 한지를 켜켜이 붙인 자리에 숨결이 배어들고 그 종이의 굴곡진 결을 따라 생각이 흐른다.



지난 5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독일의 저명한 큐레이터인 장 크리스토프 암만이 기획한 개인전이 베니스에서 열려 크게 주목받는 등 외국에서 더 유명한 작가다. 30여 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12월27일까지 열린다. (02)734-0440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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