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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 찾는 당신···뚱보균 난'腸'판 벌인다

뚱보균 득세땐 유익균은 감소

"장내 세균 균형 이뤄야 건강"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이 날 때면 단 음식이 더 당긴다. 초콜릿·케이크 등으로 일단 ‘당(糖) 충전’을 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단 음식에 들어 있는 설탕은 단 10초 만에 포도당으로 분해돼 뇌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스트레스에 지친 우리 뇌는 잠깐의 행복을 느끼려고 ‘한입만’을 계속 강요한다. 단맛 등 좋아하는 맛을 느끼는 뇌 보수계를 자꾸 부추겨 식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뇌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은 약 90%가 장(腸)에 존재한다. 이 세로토닌의 전구체(어떤 물질의 전 단계 물질)는 장에서 혈액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대내외 환경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세로토닌이 부족해진다. 이때 우리 뇌는 단 음식을 먹으라는 지령을 계속 보낸다. 이후 단 음식을 먹고 욕구를 충족시킨 우리 뇌는 이 상황을 학습해 스트레스를 느낄 때마다 ‘단맛’을 탐하게 된다.

뇌가 시키는 대로 단 음식을 계속 먹으면 장속에 사는 ‘뚱보균’은 이때부터 기세등등해지며 장내 패권을 장악해버린다. 장에 이로운 유익균은 점차 세력을 잃고 뚱보균이 늘어나 식욕이 늘고 살은 야금야금 차오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장속 세균’이 내 입맛을 결정해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셈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간단하다. 장내 세균을 잘 다스려 내 편으로 만들면 된다. 후지타 고이치로 도쿄의과치과대학 명예교수는 저서 ‘내 몸에 뚱보균이 산다’를 통해 “이제 무작정 덜 먹는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로는 날씬해질 수 없다”며 “식단 변화 등을 통해 3억종 이상이나 되는 장내 세균의 세력 구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후지타 교수가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세균(미생물)’이다. 장내 미생물 분석은 장내 세균과 건강과의 연관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로 떠올랐다. 최근 많은 국가에서 인간의 건강과 장내 세균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3억종 이상, 약 1,000조마리가 넘는 세균이 우리 건강을 좌우한다는 사실에 전 세계 유수 전문가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시대 막 올라

美, 1억弗 투입 미생물 분석

국내선 유전 지도 연구 첫 발

◇지금은 ‘마이크로바이옴’ 시대=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기 정부의 마지막 과학연구 프로젝트로 ‘미생물’을 정조준했다.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이 대형 프로젝트에 향후 2년간 1억2,100만달러(약 1,44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연구는 감염병과 정신질환·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 등을 연구해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전지도를 만들고 그 역할을 규명하는 게 목표다 .

‘제2 게놈’으로 평가받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몸속에 공존하는 미생물 유전정보를 뜻한다. 특히 현대의학의 난제로 꼽히는 ‘항생제 내성’을 해결하는 열쇠로 마이크로바이옴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장기에 있는 미생물을 건강하게 하거나 건강한 미생물을 이식해 면역력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첫발을 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4년부터 연간 4억원,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각각 10억원, 4억9,000만원을 투입하고 있다. 일찍이 연구를 시작한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모든 게 시작 단계지만 유의미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일동제약·엠디헬스케어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착수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몸속 미생물을 활용해 난치성질환 극복에 나서는 첫 시도인 셈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설립한 연구단지 헬스케어혁신파크를 중심으로 임상자료를 제공하고 엠디헬스케어는 미생물이 생성하는 나노 크기의 유용물질인 ‘나노소포’ 기술을 이용해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진단·치료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약품을 제조·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 해결 열쇠로 부상

당뇨병·비만 등 질환도 치료



◇당뇨·비만…질환 다스리는 최후 열쇠는 ‘장내 세균’=2012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당뇨 환자들 상당수가 장내 세균이 불균형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장내 세균이 불균형하면 소화계 세포 건강을 유지하는 장내 세균의 중요한 부산물이 결핍된다는 연구 결과다. 당뇨병의 주원인에 불균형한 장내 세균이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충격이자 동시에 건강한 장내 세균을 보유한다면 만성질환이라 일컫는 당뇨조차 완치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미국의 신경과 전문의 데이비드 펄머터 박사는 최근 펴낸 저서 ‘장내세균 혁명’을 통해 “장내 세균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뚱뚱할지, 당뇨병·뇌 질환에 걸릴지, 날씬하고 건강하며 두뇌 회전이 빠르고 무병장수할지에 대한 기초를 마련한다”며 세균의 영향력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비만 또한 장 세균과 관계가 있다. 건강한 장내 세균을 다양하게 보유하면 비만 발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펄머터 박사는 “뱃속 세균의 건강과 다양성은 먹는 음식에 달려 있다”며 “섬유질이 많고 정제당 함량이 낮은 음식은 다양한 세균종이 활발히 활동하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혈당을 조절하고 염증을 줄이며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중요 물질과 분자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장내 세균은 이처럼 인체가 지방을 저장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혈액 내의 포도당 수치를 조절하며 대사와 관련한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허기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에 반응하기 때문에 많은 면에서 마치 우리 몸의 구석구석을 어우러지게 하는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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