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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의 힘...시장의 주인, 기업아닌 소비자로 바꾸다

[4차 산업혁명 성패 빅데이터에 달렸다]

<3> 빅데이터가 여는 신세계

소비자, 제품 구매전 스마트폰으로 검색·정보 공유

기업은 입김 강해진 고객 욕구 맞추기 위해 안간힘

美 아마존 등 트렌드 변화 먼저 읽고 대응 '성장가도'

소비자 영향력 외면한 소니 등 日 IT기업들은 도태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주 시에틀에 문을 연 아마존 서점 모습. 인터넷 서점으로 기반을 닦은 아마존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서점을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사상 처음으로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책 배열 방식도 철저히 빅데이터에 기반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췄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을 계속해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진=블룸버그




위치정보시스템(GPS)을 기반으로 한 일본 닌텐도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 한국에서 단 한 건의 광고도 하지 않았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포켓몬 고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횟수는 이미 100만건을 넘었다. 아직 공식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포켓몬 고 서비스가 가능한 강원도 속초 등으로 이용자들은 구름떼처럼 몰려가고 있다.

보통 기업이 제품을 내놓고 미디어에 광고를 시작하면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판매량도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포켓몬 고는 이 같은 기존 공식을 깼다. 소비자들이 직접 게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사용자 후기 등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포켓몬 고의 사례는 기업의 제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 방정식이 기존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것을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기에 앞서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부터 한다. 다른 소비자들이 인터넷 등에 올린 제품구매 후기를 찾아보고 정말 그 값을 하는지 먼저 판단한다.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인터넷에 올려 공유하고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시장의 주인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입김이 강해진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비자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어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무기는 빅데이터다. 미국의 아마존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 트렌드를 한발 앞서 읽고 대응해 성공한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아마존은 창업 후 약 20여간 온라인 서점으로 성공기반을 닦았다. 그런 아마존이 지난해 11월 시애틀에 사상 첫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책을 보고 킨들 파이어 등 아마존 제품을 직접 시연하고 싶은 욕구를 빅데이터를 동원해 파악했다. 책의 진열 방식도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수백만권의 책 중 소비자가 좋아하는 책을 빅데이터로 파악해 이들을 전면 배치했다.

아마존 홈페이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와 눈높이를 맞추려는 아마존 경영 원칙의 결정판이다. 고객 개개인이 과거 검색했던 제품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메인 화면에 띄운다. 접속하는 고객마다 메인 화면이 다른 ‘맞춤형’이다. 고객의 과거 검색상품을 분석해 관심이 있을 만한 제품 리스트를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의 혁신은 고객으로부터 시작된다. 소비자는 혁신의 시금석”이라고 강조해왔다. 소비자 경험을 가장 중시하는 경영을 통해 아마존은 미국인 중 44%(블룸리서치 조사)가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사이트가 됐다.

미국의 요거트 회사 ‘초바니’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초바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된 사진들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소비자가 출근길 승용차 안에서 요거트를 아침 식사 대신 먹는 것을 파악했다. 초바니는 요거트 용기의 모양을 자동차 컵홀더에 끼우기 쉽고 운전하면서 먹기 쉽도록 바꿨다. 이 덕분에 회사 설립 초기인 2005년 2%에 불과했던 미국 그릭요거트 시장 점유율은 2013년 48%까지 급등했다.

유니레버도 마찬가지다. 유니레버는 구글이 빅데이터로 분석한 헤어스타일 관련 최신 트렌트를 지난 2014년부터 제공 받고 있다. 구글은 매일 3,000만건의 헤어스타일 관련 검색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한다. 유니레버가 고용한 헤어스타일링 동영상 제작 블로거는 유튜브에 ‘모발의 모든 것(All things hair)’이라는 채널에서 유니레버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이 덕분에 유니레버는 전 세계 3대 모발관리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반면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되고 있다. 소비자의 수요는 이미 LCD로 넘어갔지만 브라운관(CRT) 기술에 집착하다 매출이 급감한 소니 등 일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대표 사례다. 일본 기업들은 기술이 좋으면 소비자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깃발을 내걸고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다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최재붕 교수는 “이전에는 자본이 몰리는 곳에 소비자가 몰렸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몰리는 곳에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에서 소비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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