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공세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던 부산 해운대의 동네서점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22일 부산 해운대구(구청장 백선기)에 따르면 2014년 고사 위기의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11개 서점과 ‘해운대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본부’를 꾸려 여러 사업을 추진한 결과, 동네서점이 확장 이전하는 등 결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구는 지난해부터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으로 향하던 발길을 동네서점으로 돌리기 위해 매월 각 서점을 순회하는 ‘동네서점 문화놀이터’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매직쇼, 인형극, 동화작가와의 만남을 비롯해 학부모들을 위한 통기타 연주, 청소년 체험부스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후 서점은 지역 주민들에게 재미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부산서점협동조합, 관내 도서관도 팔을 걷어붙였다.
반여도서관, 재송어린이도서관 등 구립 도서관은 부산서점협동조합을 통해 도서를 구입하고 수익금 일부를 구에 환원, ‘동네서점살리기 사업기금’에 보탰다.
1년여 만에 모은 1,000여만 원으로 ‘동네서점 문화놀이터’ 행사를 열거나 서점 홍보물품 제작비를 지원했다.
새마을문고, 작은도서관, 학교 도서관, 해운대도서관 등은 동네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해 서점 매출향상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재송동의 ‘주문서점’이 확장 이전했다.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이용하면서 매출이 배 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좌동의 대승서점도 확장 이전(50㎡→116㎡)을 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는 26일 ‘고대영 동화 작가와의 만남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서점주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매달 간담회를 갖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아이디어 찾기에 머리를 맞대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북바이북, 대륙서점, 헬로 인디북스 등 서울의 이색서점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좌동의 영재서점은 특색 있는 서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리모델링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아파트에 헌책수거함을 설치하고 거둬들인 책을 깨끗하게 만들어 저소득층에 전달하거나 판매하고 있다.
헌책 판매 수익은 작은 음악회 등 동네서점 살리기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는 10월 11개 동네서점이 참여하는 헌책마켓을 개최할 계획이다.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은 “동네서점이 문을 닫는 일은 흔해도 최근 확장 이전 하는 일은 드물어 서점계에서는 가히 ‘이변’이라는 얘기가 많다”며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은 단순히 동네서점의 생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해운대의 경제와 문화를 살리는 일인 만큼 가까운 동네서점을 많이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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