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누진제 개편방안의 일환으로 ‘전기료 선택요금제’ 방안을 꺼내 든 것은 현행 6단계 누진체계가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기요금 누진제의 4단계에 해당하는 월 300㎾h 이상 전력사용가구 비중은 지난 1998년 5.8%이던 것이 2015년에는 29.5%로 늘었다. 경제성장에 따라 에어컨 사용가구가 증가하는 등 국민들의 생활패턴이 변화했음에도 우리나라 전체 가구 가운데 3분의1이 징벌적인 요금제를 적용받고 있는 것이다.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의 공동위원장인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삶의 형태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고 전기 사용법도 가구별로 다르다”며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택요금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는 본인의 전기사용량과 생활패턴에 맞게 전기요금 방식을 택할 수 있다. 기본요금을 고르고 무료 통화, 문자량, 추가 데이터요금 단가가 달라지는 통신비와 비슷한 요금체계다. 선택요금제를 도입하면 검침 날짜에 따라 전기요금 부과가 달라지는 ‘복불복 요금’ 논란도 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와 에너지와 전력소비패턴이 유사한 일본은 이미 전기요금을 통신요금제도와 유사하게 적용하고 있다. 2000년부터 추진된 가정용 전력 소매시장의 자율화로 도쿄만 해도 34개 회사가 100여가지 전기요금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당정이 예고한 전기료 선택요금제는 중장기 과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력사용 가구의 전력소비패턴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행 기계식 계량기를 ‘지능형 계량 인프라(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AMI)’로 전환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7월 전국 2,000만가구에 전기·가스 원격검침 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목표 시점은 오는 2022년까지다. 투입비용만도 2조원에 달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우선 올해 하반기 중 경기도 분당 3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해 보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전국 단위의 AMI 설치가 쉽지 않은 과제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시간대별 요금제를 적용하는 데 물리적인 어려움도 있기 때문에 적용 시점·범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누진제를 폐지하고 시간대별 요금제를 전면 도입할지는 장기적 과제로 논의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TF에서는 한편 주택용 누진제 단계와 누진율 완화 이외에도 △산업용 전기요금 개선 △교육용 전기요금 개편 △저소득층 요금 지원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을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에서 중소기업의 요금 인하 연장 부분도 주요 과제에 포함된다. 정부는 지난해 8월1일부터 올해 7월31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토요일에 사용되는 중·소 규모 사업장에 가격이 좀 더 싼 경부하요금제를 적용해왔다. 전기요금에 3.7%를 붙여 걷는 준조세 성격의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따져볼 예정이다./세종=박홍용기자 나윤석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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