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돈이 몰려들고 있다. 달러가 쌀 때 사서 비싸면 파는 단순한 투자법이지만 수익률은 쏠쏠하다. 최근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설’이 제기되며 이미 달러 강세로 변하고 있는데도 달러의 투자 매력도는 여전히 높다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미국 금리 인상 전까지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수준을 유지한다면 달러투자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경제신문이 7일 국내 14개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하반기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9월 단기 원·달러 평균 환율밴드는 1,095원~1,151원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중장기 평균 환율밴드는 1,085원~1,183원으로 전망됐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9월 하단 전망치인 1,095원에 달러를 사들여 연말 상단인 1,183원에 팔면 연8.03%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많이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원금 손실구간(녹인, Knock-in)을 피하더라도 연5% 수익 제시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 하면 월등히 높은 수익률이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달러 투자 수요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성인 신한금투 수석연구원은 “9월 들어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되자 강 달러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위험자산에 투자 심리가 약화 되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 수석연구원은 이어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이 완만하게 진행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원화 강세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증권(003450)도 미국 금리 인상 영향력이 과거처럼 크지 않아 올해 초와 같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상회 하는 급등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달러당 1,200원 가량으로 보는 배경이다. 지난 2월 25일 5년 8개월만에 원·달러 환율 최고치인 1,238.80원을 기록할 때만 해도 금융사 프라이빗 뱅커(PB)들은 달러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기존 보유 중인 달러자산을 팔기까지 했지만 달러당 원화가 지난달까지 1,090원까지 하락하는 등 원화강세가 계속되자 달러 환(換)테크가 힘을 얻었다. 결국 원화강세와 함께 연말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6개월 단타’를 노린 자금 이동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앞서 발표된 한국은행의 ‘7월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전체 외화예금 잔액은 662억3,0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 66억2,000만달러가 증가했다. 이중 달러화 예금만 57억4,000만 달러 증가해 개인 달러화 예금이 역대 최대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도 마찬가지로 전체 증권사의 달러RP 발행액이 최대 1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연초 대비 5억달러 가량 대폭 증가한 수준이다. 달러당 1,100원 수준의 원화가 연말 1,200원까지 상승할 경우 연 9%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너도 나도 달러투자에 나선 것이다.
달러당 1,100원 선 아래로 내려갔을 때에 비해 기대 수익은 떨어졌지만 연말로 갈 수록 강 달러로 기울 것이라는 기대감에 달러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다. 다만, 환투기 방식의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이승호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PB부장은 “지난달 원화 강세 현상에 따라 달러투자가 급증했지만 단기 환 투자 성격으로 수익을 올리기 보다는 전체 포트폴리오를 고려한 투자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부장은 “환율전망은 누구도 자신할 수 없고 그만큼 위험도 역시 높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자산 배분 차원의 달러 투자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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