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하기로 하면서 그룹 경영 전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금도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했지만 공식적 권한과 법적 책임이 있는 등기이사가 된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관측을 토대로 삼성의 예상되는 변화 모습을 크게 5가지로 압축해봤다.
①미래전략실과 계열사 관계 변화 오나=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고 역할이 강화되면 삼성 미래전략실의 역할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대주주 자격으로 간접적으로 이사회에 의견을 개진해왔다. 미전실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가 되는 만큼 전자 중심의 책임경영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전실은 전자의 전략적 측면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이건희 회장이 취임 직후 비서실을 개혁했던 전례에 비춰 미전실 기능이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지만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 미전실은 단순 비서실 기능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 그룹으로 돼 있다. 이 회장 시절의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을 잇는 그룹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명실상부 컨트롤타워다. 이 부회장이 당분간 전자 경영에 매진하는 만큼 계열사를 조율하는 미전실의 기능이 되레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외국 주요 기업 역시 계열사 등을 관리하기 위해 미전실과 같은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만 지주회사 체제처럼 법적 실체가 있는 조직은 아니기에 일정 부분 개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②금융·전자 양대 축 그룹 재편 속도=업계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두고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으로 평가한다. 향후 승계를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전자 지분 확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그룹 전반에 본격적으로 조직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의 현재 삼성전자 지분율(0.59%)로는 지배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전체 조직을 장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금융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다른 사업은 삼성전자와 통합 삼성물산으로 뭉치는 개편 시나리오를 이야기한다. 특히 지주회사인 ‘삼성 홀딩스’의 출범을 위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삼성전자 투자 부문과 사업회사 간 주식 교환, 자사주 의결권 부활, 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③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이사회 운영=이 부회장은 수행원 없이 혼자 출장을 다닌다. 사장단 회의에서도 우르르 사장들이 일어나 인사하는 것을 금지한다. 한국식 상명하복 문화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글로벌 기업은 이사회가 중심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등기이사로 회사의 중요 결정에 참여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진다. 퀄컴의 폴 제이컵스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함께 회사 경영 역시 글로벌 기준에 맞게 이사회가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0월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에 앞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이사회 운영방식 등 변화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④연말 신상필벌 인사쇄신 기대감=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삼성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기했다.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큰 틀의 사업재편을 진행했기에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 삼성은 잘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는 문화를 위해 조직을 더 강하게 이끌 새로운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갤럭시노트7 사태로 주력 사업이 위기인 점에서 관련 부문에 대한 신상필벌, 가전사업부(CE) 부문이 분기당 1조원이 넘는 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개선에 따른 분위기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⑤사업재편 더 빨라질 듯=지난 2014년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삼성을 이끈 후의 모습은 ‘선택과 집중’으로 평가된다.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전자·바이오·금융을 축으로 하는 삼성의 변화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육성해온 전략이 보다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를 시작했고 사물인터넷(IoT) 기업 스마트싱스 등에 투자한 것이 좋은 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만 16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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