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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의 정치야설(野說)] ‘프로야구 선거징크스’로 본 대선 결과는?

선거 직전 시즌 우승팀이 어떤 올스타인지가 선거 결과 결정

두산, 올 시즌 우승 유력… 내년 대선 승리는?

한국프로야구에는 ‘선거 징크스’가 있다. 선거 직전 시즌에 우승한 팀이 어떤 올스타팀에 속하는지가 선거 결과를 결정한다는 징크스다. 전해 우승팀이 드림 올스타(구 이스턴리그, 이하 동군)에 속할 경우 새누리당 계열 정당이, 나눔 올스타(구 웨스턴리그, 이하 서군)에 속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이 승리한다는 게 구체적인 내용이다. 동서(영·호남) 간 지역갈등이 우리 정치에 뿌리 깊게 내려 있음을 고려하면 오묘한 징크스가 아닐 수 없다. TK(대구·경북)를 대표하는 팀 삼성라이온즈와 PK(부산·경남)를 대표하는 팀 롯데자이언츠는 함께 동군에 속한 반면, 호남을 대표하는 팀 기아타이거즈는 서군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의 선거징크스. 동군 소속팀 우승 시 새누리 계열 정당 승리, 서군 소속팀 우승 시 더민주 계열 정당 승리. 여기서 우승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말한다.




징크스는 현재까지 높은 적중률을 보여 왔다. 2003년 우승한 현대유니콘스는 서군 소속이었고, 2004년 제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압승을 거뒀다. 2006년 우승한 삼성라이온즈는 동군에 속했고, 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며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2007년 우승으로 왕조를 연 SK와이번스는 동군 소속이었고, 2008년 제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다시 승리를 얻었다. 2011년 동군 소속 삼성라이온즈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라는 대기록의 신호탄을 쐈다.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진 다음 해, 새누리당은 화답하듯 양 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이 유력한 팀은 동군 소속인 두산베어스다. 두산베어스는 17일 6연승을 이어가며 2위인 NC다이노스와의 승차를 11게임까지 벌렸다(17일 현재). 정규리그 종료를 정확히 3주 앞둔 지금 1, 2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규리그 우승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정규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경우는 딱 두 번이었다. 86.7%의 높은 확률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4일 오후(현지시간) 주요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항저우국제전시장에 도착,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선거 징크스’에 따르면 두산베어스 우승 시 내년 대선에서 승리가 유력한 정당은 새누리당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지난 4개월 연속 대통령 선호도 1위를 기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여권 후보로 분류된다. 한국갤럽이 실시하는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포함된 6월부터 반 총장은 평균 27%의 지지율로 1위를 유지해왔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6월 26%, 7월 27%, 8월 28%, 9월 27%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지난 16일 반기문 사무총장은 내년 1월 중순 귀국할 계획을 밝히며 대권 행보를 시작을 예고한 바 있다.

다른 시나리오가 전개될 여지도 많다. 먼저 두산베어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위 내에 있는 팀 가운데 두산베어스를 제외한 NC다이노스, 넥센히어로즈, LG트윈스, 기아타이거즈(17일 현재 정규리그 순위 순) 모두가 서군 소속이다. 변수가 많은 한국시리즈에서 이들 중 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다면 선거 징크스는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프로야구 선거 징크스가 깨지려는 조짐도 보인다. 2015년 우승한 두산베어스가 동군에 속했기 때문에 징크스에 따르면 올해 실시한 제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뒀어야 했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대참패였다. 또 현재 많은 후보가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른 쪽은 야권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더민주 의원 등이 사실상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야권 대선주자 후보군 /사진=연합뉴스


징크스는 징크스일 뿐일까. 프로야구 우승팀만큼이나 대통령 당선자도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추석 전후로 대선 후보군이 정리됐던 기존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에선 ‘제3지대론’ 등으로 정치권 내부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이다. 대선 레이스에서 어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흥미롭게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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