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5월 고(故) 수당 김연수 회장은 전북 전주에 폴리에스테르 공장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당시 삼양사는 울산에 화학섬유 공장 부지까지 조성한 후였다.
하지만 전북 고창 출신인 故 김 회장은 전북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공장을 지어달라는 주민들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돈으로 2억원의 추가 비용까지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1970년 완성된 삼양사 폴리에스테르 공장은 오늘날 휴비스로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전주 경제를 떠받드는 향토 기업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삼양그룹 사사(社史)인 ‘삼양 90년사’ 1권에 녹아있다. 삼양그룹은 지역 경제와 국가 산업의 발전을 꿈꾸며 오늘날까지 이어온 자신들의 장수 성공담을 2권1책으로 모아 20일 발간했다. 故 김 회장이 삼양그룹 전신인 삼수사를 세운 1924년부터 2014년까지의 일들을 담았다.
총 800여페이지에 이르는 삼양 90년사는 국민들의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제당·화학섬유(폴리에스테르) 분야에 진출한 산업화 초창기 고생담을 우선 들려준다.
다음은 2000년대 화학·식품·바이오의약 등 3대 핵심 사업을 선포하고 다국적 기업으로 혁신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삼양 90년사는 장수 기업이 되려면 발 빠른 혁신과 함께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필수임을 보여준다. 故 김 회장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인재들의 학업을 돕고자 1939년 34만원을 출연해 세운 민간 육영재단 ‘양영회(현 양영재단)’가 한 사례다. 34만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36억원에 달한다.
삼양 90년사는 오는 2024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삼양이 안고 있는 변신에 대한 고민도 숨김없이 드러냈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발간사에 “삼양은 백년 기업을 앞두고 커다란 변화를 마주하고 있으며, 암울했던 1920년대에 ‘삼양’이라는 희망을 심었던 창업주의 높은 뜻을 새롭게 되새겨야 한다”면서 “역사를 돌아보고 어제의 성공을 넘어 더 큰 내일을 열어가자”고 썼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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