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지난 2014년 특허출원까지 하면서 화제를 모은 ‘신한 저축습관만들기 적금’은 지금까지 35만9,000여 계좌, 6,010억원(누적 기준)어치가 팔려나간 히트 상품이다. 이 적금은 자신의 통장에 기준금액 이상이 입금되거나 전월 대비 소비금액이 줄었을 때 고객 스마트폰을 통해 적금 통장에 돈을 입금하라고 채근하는 상품이다. 일종의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인 셈인데 온라인 및 디지털 채널이 발달하기 전에는 현실화되기 힘든 상품이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비대면 거래 확산이 은행의 예·적금 상품 풍속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온라인 및 비대면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은행들마다 독특한 상품을 내놓는 경쟁에 불이 붙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인터넷뱅킹 고객 수가 2,000만명을 넘어섰고 모바일뱅킹인 KB스타뱅킹의 이용 고객 수도 출시 5년 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다른 대형 은행들 역시 모바일뱅크를 통해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고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고객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모바일뱅킹에서만 볼 수 있는 무통장 시스템에 금리와 재미(Fun) 요소를 가미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 상품 가운데는 비대면채널 전용 DIY(Do-It-Yourself)형 상품인 ‘KB내맘대로 적금’이 화제다.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이달 중순까지 14만6,000좌, 3,800억원가량의 가입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 상품은 계약기간과 저축금액을 자유롭게 정한 후 아홉 가지 ‘피자 토핑’으로 구성된 우대이율(급여이체, 카드결제 계좌, 자동이체 저축, 아파트관리비 이체, KB스타뱅킹 이체, 장기 거래, 첫 거래, 주택청약종합저축, 소중한 날) 중 여섯 가지를 선택하면 최고 연 0.6%포인트의 우대이율을 받을 수 있다. 또 네 가지 ‘피자 박스’로 구성된 보험가입서비스(휴대폰·피싱·교통·여행) 주 한 가지를 선택하면 나만의 피자가 완성되며 이로써 상품 가입이 완료된다. 이 상품은 최장 36개월까지 최고 연 2.4%의 금리를 제공하는데 보험 가입 혜택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은행들의 예·적금 상품은 점차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3년 국내 1위 출판그룹인 ‘이십일세기북스’와 제휴해 ‘신한 북21 지식적금’을 출시했는데 이 적금 가입 고객은 무료로 매월 10여권 이상의 모바일 카드북을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후 11번가·올레tv모바일·아시아나항공·하나투어 등 다양한 이종 기업과 제휴해 우대 혜택이 돋보이는 예·적금 상품을 만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상품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온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최근 은행권의 공통된 상품 개발 흐름”이라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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