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1만8,000여명과 회계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임기 2년의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이다. 그런데도 회장은 연간 3억 원가량의 급여를 공인회계사회로부터 받았다. 금융당국의 감사 결과 급여 지급 규정조차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구체적인 증빙자료와 집행 명세 없이 회장에게 매달 거액의 업무추진비와 대외활동비를 지급한 공인회계사회(회장 최중경)에 기관 주의·통보 등의 조처를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7월4~12일 금융감독원과 함께 공인회계사회를 대상으로 4년 만에 종합 감사를 시행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공인회계사회는 2013~2015 회계연도에 연간 1억여원을 비상근 회장의 업무추진비로 편성하고 매달 800만여원을 지급했다. 또 2014 회계연도부터는 업무추진비 외에도 대외활동비라는 항목을 신설하면서 사유·집행방법을 규정하지 않고 월 1,800만여원을 비상근 회장에게 줬다.
올해(2016 회계연도)부터는 아예 기존의 업무추진비를 폐지하고 연간 3억원을 회장에게 지급하도록 했으나 내부 회칙이나 규정에 이를 명확히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금융위 감사 결과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상근 회장의 보수 지급이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지급 근거 등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감사·이사 등 비상근 임원에 해당하는 공인회계사회의 교통비 지원 제도도 비합리적으로 운영된 사실이 적발됐다. 원칙적으로는 회의와 행사 참석 때마다 실비 형태로 교통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공인회계사회는 비상근 임원에게 월정액 교통비를 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급된 교통비만 주유 카드·유류 상품권 등을 포함해 연간 1억1,400만원에 달했다. 비상근 임원에게 지급되는 교통비 제도의 문제는 지난 2011년 종합감사 때도 지적됐던 내용이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공인회계사회 임원에게 지원되는 차량은 휴가·공휴일 등에 반납되지 않고 용도가 불분명하게 사용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공인회계사회는 ‘전관예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2003년 이후에 퇴임하는 상근 임원에게 위로 휴가비 또는 퇴임위로금 명목으로 8명에게 총 9,060만원을 지급했다. 가장 최근에 퇴직한 임원 2명은 각각 공인회계사회로부터 1,600만원씩을 받아 부부 동반으로 남미 3개국에 다녀왔다. 금융위는 규정에 없이 퇴임 상근임원에 대해 위로 휴가비 등을 지급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공인회계사회에 통보했다.
아울러 기업의 외부감사를 하는 회계사들이 모인 공인회계사회가 정작 자신들의 결산 회계처리는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회계사회는 특정 사업을 추진할 때는 별도의 회계로 구분해 운영해야 하는데도 1개의 주거래 통장에서 혼합해 사용했고 올해 4월부터 6월 말까지 월 단위 결산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자금 출납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기능도 미흡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인회계사회에 2개월 안에 지적 사항을 바로 잡도록 요구했다”며 “앞으로 이행 여부를 챙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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