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최근 5년간 명의신탁 주식을 이용해 증여세 등을 탈루한 대기업 총수일가 등에서 1조1,200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18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주식변동 조사 결과 자신의 주식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은 후 자녀 등에게 증여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대기업 총수일가 등 1,702명에게서 1조1,231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실제 사례를 보면 주로 기업 소유주가 명의신탁을 통해 오랫동안 대주주 지위를 숨겼다가 자녀 등에게 증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대형 건설 업체 회장은 수십년간 다른 법인을 인수하거나 유상증자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임직원, 친인척, 거래처 대표 등 55명의 명의로 그룹 내 15개 계열사의 주식을 명의신탁했다. 회장은 명의신탁한 주식을 양도거래로 가장해 일부 주식은 본인 것으로 되돌리고 나머지는 자녀가 취득한 것처럼 꾸며 경영권을 편법 승계했다. 국세청은 15개 계열사 전체를 조사해 회장과 자녀에게 탈루한 증여세 등 1,300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올해 하반기부터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을 구축해 명의신탁을 이용한 탈세 행위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양병수 자산과세국장은 “기존 분석은 단편적이어서 정확하게 혐의 사항을 적출하기 힘들었는데 앞으로는 기존 과세 정보와 국세청이 보유한 과세 자료를 통합하고 금융감독원·금융정보분석원 등 외부 자료까지 포함해 과거부터 장기간 변동을 파악하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특정 법인의 주가가 상승하는데도 법인 임직원이 주식을 팔지 않거나 특정인이 30억원의 주식을 팔았는데 재산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면 해당 당사자가 어느 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는지 파악해 명의신탁을 의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관련 회사 임직원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내역을 추가로 추출해 연계성을 확인한다. 과거에는 이 같은 작업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했기 때문에 장기간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다만 실명 거래를 엄격하게 규정한 금융실명제나 부동산실명제와 달리 주식은 명의신탁이 합법이다. 특히 2001년 7월 이전에는 상법 때문에 법인을 세우려면 무조건 3~7인의 주주가 필요했다. 1인 기업도 어쩔 수 없이 친인척이나 지인을 동원해 주식을 명의 신탁해야 하는 것이다. 이후 15년 이상 흐르면서 상법상 1인 기업 설립이 가능해졌지만 본래 주인에게 주식 소유권을 환원하려고 해도 그 기간만큼 증여세와 가산금이 부과되거나 명의신탁자가 반발해 소송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세금 탈루 가능성을 신고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2014년부터 세금 탈루 목적이 아닌 상법상 이유로 명의신탁한 주식에 대해서는 주식 가액이 30억원 이하이고 중소기업이면서 2001년 7월 이전 설립했다면 명의를 환원하더라도 세무조사와 증여세를 면제하고 있다. 그러나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에 따라 주식 가액 요건을 높이고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반면 세금 탈루가 확인되더라도 최대 15년이 지난 후에는 과세할 수 없는 현행 규정을 고쳐 기간을 넓히도록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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