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유커·游客)은 한국 관광시장에서 가장 큰손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5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유커들은 1인당 평균 2,319달러를 썼다. 일본인 827달러의 세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세부적으로 보자. 500달러까지 지출한 사람의 비중은 전체의 4.5%, 500~1,000달러는 13.9%였다. 반면 1,000~2,000달러는 36.9%, 2,000~3,000달러는 18.3%였고 3,000달러를 초과한 사람도 26.5%나 됐다.
방한 유커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소비·지출하는 데도 불구하고 ‘저가덤핑관광’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중국 여행사들이 자국인들에게 파는 저가패키지상품은 싼 가격에 한국을 방문하게 한 뒤 식사나 숙소 등을 형편없이 대접하고 쇼핑을 강요한다. 관광객들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가진 채 귀국하는 셈이다.
물론 저가패키지 문제가 중국만의 것은 아니다. 한국도 과거에 그랬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특히 중국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덩치 때문이다. 한두명이 불평하는 것은 무시하고 넘길 수 있지만 수만, 수십만명은 다르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유커는 총 633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5.2%가 늘었다.
중국 관광정책을 관리하는 중국 국가여유국은 최근 ‘불합리한 저가여행상품’을 규제한다면서 기준이 되는 금액을 1인당 2,000위안(한화 34만원)으로 제시했다. 즉 34만원 이하의 한국여행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한 것이다. 앞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보고서’에서 유커 전체에서 한국여행 비용으로 500달러 이하는 4.5%에 불과했다. 500달러는 한화로 약 57만원이다. 이에 비해 유커의 절반은 2,000달러(약 227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관광업계에서는 2,000위안 이하의 저가패키지 상품은 여행사 판매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유커들은 저가패키지로 한국에 도착한 후 남는 돈으로 쇼핑을 한다. 화장품이나 의류·식료품들을 사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한국에 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방한의 목적이 따로 있는 셈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자국 여행사에 한국여행상품 판매를 지난해 대비 20% 줄이라고 지시했다. 중국은 이미 2013년 10월 ‘여유법(관광법)’을 개정 강화하면서 저가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를 시도했다. 당시에는 위반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약해 별 효과가 없었다. 올해는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구체적인 수치를 정했고 위반자에 대한 처벌도 분명히 했다.
저가덤핑상품은 마약과 같다. 처음에는 달콤할지 몰라도 결국 독이 된다. 한중 양국이 협력해 해소해나가는 것이 맞다. 저가상품이 없어지면 당장 유커가 줄어들 수도 있다. 2015년 한 해 방한한 유커 598만명이 지출한 돈은 1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단기적으로 손실을 보겠지만 비합리적인 저가덤핑상품을 근절하고 관광시장을 건전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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