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외쳐댔던 노동개혁 법안의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기업마다 비상이 걸렸다. 당장 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을 가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대법원의 근로시간 단축 판결이 나오면 통상임금 판결 때와 같은 대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데다 정부 말만 믿고 억지로 확대했던 신규 인력 채용도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당정청도 3일 청와대에서 서별관회의를 열어 근로기준법·기간제법·파견법 등 5대 노동개혁 법안의 연내 입법화를 위한 대응책을 강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야당의 반발이 거세 타개책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지난 1일 심야회동에서 노동개혁 법안을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로 했지만 여당은 '12월 임시국회'로 한정해 해석하는 반면 야당은 별도로 시점을 못 박지 않은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여전히 입법화가 난망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당장 대법원의 근로시간 단축 판결에 직면하게 됐다. 대법원은 관련법을 개정할 시간을 준다는 차원에서 3년 동안 판결을 미뤄왔는데 판결 여부에 따라 휴일근로수당에 연장근로수당까지 가산해 지급해야 해 통상임금 때와 마찬가지로 줄소송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 중소기업을 고려한 단계적인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고용시장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어려운 경영상황에도 정부의 독려로 30대 그룹의 경우 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지난해보다 13% 확대했는데 노동개혁법이 입법화되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기업들의 채용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 대타협 이후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고용계획을 짜기가 부담스럽다"며 "정부의 요구에 맞춰 억지로 신규 채용인력을 늘려놓았는데 속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5대 노동개혁 법안 자체가 표류하면서 정부가 연내 마련하기로 한 일반해고 기준 완화와 임금피크제 도입 관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2대 지침 역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해 기업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고용 확대가 시급한 만큼 여야가 자기 정치와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하루빨리 대한민국의 노동 시스템 개혁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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