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사진) 삼라마이더스(SM)그룹 회장은 “한진해운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롱비치터미널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행으로 롱비치터미널 물동량이 급격하게 줄어 예전만큼의 현금 창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을 제치고 롱비치터미널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SM그룹이 지분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업계에서는 ‘대한해운이 롱비치터미널을 인수해도 물동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우 회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롱비치터미널이 과거 수익을 냈던 것은 한진해운이 실어 나르는 컨테이너 물동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롱비치터미널 순부채가 5,000억원에 이른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진해운이 54%, 스위스 MSC가 46% 지분을 보유, 연간 3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소화할 수 있는 롱비치터미널은 미국 서부항만 물동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터미널이다. 하지만 한진 사태 이후 물동량이 현저히 줄었다.
롱비치항에 따르면 지난달 물동량은 58만1,808TEU로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직후인 9월 물동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급감했다. 물량의 상당 부분이 롱비치항이 아닌 로스앤젤레스(LA)항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 회장은 “미주·아시아 노선 자산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만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MSC와 협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SM그룹의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MSC의 동의 여부는 배제하고서라도 1,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연간 운영비 감당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지분 인수뿐 아니라 원양 해운업계에서는 사실상 ‘뉴페이스’인 대한해운에 미국 항만 당국이 우호적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SM그룹은 한진해운 미주·아시아노선 관련 자산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롱비치터미널 등은 선택매각 대상 자산으로 분류돼 추가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