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시냅스 가소성의 공포 반응 억제 첫 규명

'시냅스 가소성'이 정상적일 때와 비정상적일 때 비교

약물 투입·유전자 조작·광유전학 통해 실험 제약 극복

단백질 수용체 'DrD4'가 가소성 결정하는 열쇠로 밝혀져

외상후 스트레스 등 신경정신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계기 될 듯

DrD4 활성 조절 약물 FDA 승인 중...정신질환 임상 치료에도 활용

시냅스 가소성이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쥐(A)와 그렇지 않은 쥐(B)를 비교한 그림. A는 도파민 수용체(D4R 또는 DrD4))가 장기 시냅스 저하(LTD)를 유발하고 있다. 반면 B는 약물 투입·유전자 억제를 통해 가소성을 없앴거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아 가소성을 잃은 쥐가 LTD가 정상적으로 유도되지 않으면서 약한 자극에도 과도한 공포 반응이 유발된다. ./사진제공=김정훈 교수




김정훈(왼쪽) 교수가 팀원과 함께 현미경으로 실험 결과를 관찰하는 모습 /사진제공=김정훈 교수


최신 기술 광유전학을 쥐에 적용시킨 모습. 광유전자를 발현시킨 편도체에 레이저를 반복적으로 쏘면 시냅스 가소성이 소거된다. /사진제공=김정훈 교수


헬리콥터 소리만 들어도 포성이 떠오른다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참전(參戰) 용사들이 있다. 성추행·성폭력 피해 후 타인의 손길이 거북하고 교통사고 후 달리는 차만 봐도 눈앞이 캄캄해지는 사례도 많다.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피해자의 모습이다. 신경 의학계에서는 이처럼 공포 반응을 부르는 뇌 구조와 관련해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2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정훈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뇌 속 신호 전달체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공포 반응의 진원지를 알고 제어하려면 편도체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 편도체는 다른 뇌 구성요소처럼 여러 뉴런(신경세포)과 시냅스(뉴런의 축삭돌기 말단과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 사이의 연접 부위)로 이뤄진 신경회로 집합체로 감정 기억과 공포 반응을 제어한다. 편도체 내 신경회로가 공포 반응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로 지목돼왔지만 그 과정을 밝힌 학자는 없었다.

지난해 9월 김 교수 연구팀은 세포 분석을 통해 억제성 신경회로에서 발생하는 ‘시냅스 가소성’(可塑性·하나의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전달할 때 신호의 세기를 조절하는 성질)이 공포 기억의 발현을 직접적으로 제어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시냅스 가소성이 나타나야 공포 기억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편도체 신경회로는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성격에 따라 흥분성과 억제성 두 가지가 있는데 공포 반응과 관련된 것은 억제성이다. 김 교수는 “편도체 신경회로에 공포 기억이 저장돼 있는데, 기억이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억제성 신경회로의 가소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억제성 신경세포가 너무 작아 관찰이 어렵지만 광유전학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한계를 극복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시냅스 가소성이 공포 반응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약한 공포 기억을 줬을 때와 강한 공포 기억을 줬을 때를 비교했다. 김 교수는 “약한 공포 기억을 학습시킨 쥐에서 억제성 신경회로에서 장기 시냅스 저하(LTD·long-term depression)가 유도되는 것을 관찰했다”며 “충격이 작은 일은 대부분 잊어버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한 공포 기억을 학습했거나 학습을 아예 받지 않은 쥐는 정상적인 시냅스 가소성이 유도되지 않아 LTD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시냅스 가소성이 공포 반응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시냅스 가소성이 나타나지 않으면 약한 기억에도 공포 반응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약물 투입·유전자 조작·광유전학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가소성을 제한함으로써 ‘도파민(신경전달물질) 생성→시냅스 가소성 발현→LTD’ 과정을 밝혀냈다. 도파민이 생성되지 않으면 LTD가 유도되지 않아 강한 공포 반응이 일어난다. 김 교수는 “약리적으로 또는 RNA 간섭 바이러스 주입으로 도파민 수용체 ‘DrD4’ 활성을 억제했더니 쥐가 약한 공포 학습 후에 강력한 공포 반응을 보였다”며 “광유전학적(특정 파장대의 빛을 비춰 신경 세포의 활성을 실시간으로 조절) 시냅스 가소성을 소거했을 때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쥐에서 약한 공포 학습 후에도 강력한 공포 기억 행동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학계와 의학계는 연구팀의 성과가 PTSD 등 신경정신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포 장애의 핵심 열쇠인 DrD4의 활성을 조절하는 약물은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중에 있으며, 조현병 등 정신질환 치료에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도파민 수용체를 조절하는 화합물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후보 물질을 이용한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전망이다. 김 교수는 “후속 연구가 이어져 가소성을 조절하는 방법이 외상 후 스트레스는 물론 감정 제어 조절 장애 질환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