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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채용비리' 금감원 내홍 심화

부원장보 책임지고 물러났지만

"몸통은 놔둔채 실무자만 징계"

조직내부 비판 목소리 높아져

변호사 채용 비리로 내홍을 겪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조직 내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감찰에서 특혜채용에 연루된 이상구 부원장보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몸통은 그대로 둔 채 어떻게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묻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날 이 부원장보의 사표를 수리했다. 앞서 지난 6일 이 부원장보는 변호사 채용 비리에 대한 내부 감찰 결과를 수용하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금감원 채용 비리 의혹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이 2014년에 변호사를 채용할 때 로스쿨을 갓 졸업한 임모씨를 이례적으로 채용했다”고 주장해 불거졌다. 임씨는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행시 25회 동기인 18대 국회의원 임영호(현 코레일 감사)씨의 아들로 금감원이 채용원서를 접수할 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지 한 달 된 상태였다.

금감원은 과거 사내 변호사를 채용할 때 경력 2년 이상을 지원 요건으로 뒀다가 2013년 1년으로 요건을 낮췄고 문제가 된 2014년에는 경력 요건을 아예 없앴다. 이는 임씨를 위한 맞춤 채용 조건이었다는 의혹이 일었고 실제 이 전형에서 합격한 변호사 9명 중 경력이 없는 사람은 임씨뿐이었다.

최근 금감원 감찰 결과 당시 총무국장이었던 이 부원장보와 인사팀에서 채용 첫 단계인 서류전형에서 심사 기준인 평가 항목과 배점을 수차례 변경한 정황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 부원장보를 포함해 당시 인사 실무진이었던 팀장과 담당 직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내부에서는 실무진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게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당시 인사 라인의 책임자였던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최종구 전 수석부원장(현 서울보증보험 사장), 김수일 부원장보(현 부원장)가 실질적인 몸통이었다는 얘기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김수일 부원장은 감독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큰 그림은 임원이 정하고 실무자들은 지시대로 움직이는 게 상식적인 사고 아니냐”며 “감찰 결과 본인 휘하에 있던 선임과 팀장·국장이 다 조치를 당하는 마당에 본인은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어느 조직원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최 전 금감원장은 채용 비리가 불거지자 올해 말까지인 고문직에서 지난달 물러났다.



다만 감찰실에서는 검찰 수사를 통해 남은 의혹이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감찰실 관계자는 “이번주 중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 것”이라며 “이 부원장보의 침묵으로 내부 감찰에서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원장보는 이날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지나온 시간을 함께했던 모든 분들께 가슴 속 깊이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부원장보는 특히 “어느 선임 조사역이 보내준 우생마사(牛生馬死) 얘기가 마음을 다잡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물살에 순응하는 소는 급류에서 헤어나오지만 수영 실력이 더 좋은 말은 급류에 맞서다 결국 죽는다는 뜻으로 검찰 수사가 예정된 시점에 묘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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