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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로 본 2016]②강남역·구의역서 울고, 옥시에 분노했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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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병신(丙申)년.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었다. 숱한 사건과 이변이 쏟아지면서 그야말로 숨돌릴 틈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진 것은 모든 이슈를 쓰나미처럼 잠재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비선실세 국정 농단에 전 국민은 들고 일어났다. 민초들의 분노는 ‘바람에 꺼지지 않는’ 촛불로 분출됐고, 결국 헌정 사상 두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냈다.

이외에도 연초부터 ‘응답하라 1988’, ‘태양의 후예’ 등 국민들을 ‘들었다 놨다’한 드라마 열풍이 불었고, 총선 시즌을 맞아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유행어를 탄생 시킨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웃픈 행각 등 정치권 이슈도 이어졌다. 해외에서는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라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날아들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6년 대한민국을 울고 웃게 했던 ‘그 사건’들을 서울경제썸이 정리했다.

지난 1편을 다시 보기 ▶ [이슈로 본 2016]①‘응팔·태후’에 열광하고 ‘이세돌’ 응원하고

4월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이 상징하듯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독선 정치는 4·13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약진하며 16년만에 여소야대의 국회가 탄생한 것. 박통 임기 4년 차에 실시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지역구 105석과 비례대표 17석 획득에 그치면서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제2당으로 전락했다.



4.13 총선의 또 다른 이변은 안철수 깃발을 내세운 ‘국민의 당’의 출현이다. 새누리-더불어민주당의 기존 양강 구도에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제 3 당이 나타난 셈이다. 안철수가 이끄는 신당은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데다 전국적으로 비례지역구 표를 상당수 거머쥐며 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진의 공포도 4월을 덮쳤다. 일명 ‘불의고리(Ring of Fire)’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의 활발한 활동으로 전세계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했다. ‘불의고리’ 지역의 지진은 2016년 초부터 조짐이 감지됐다.



2월6일 대만 가오슝 지역의 규모 6.4 지진을 시작으로 3월2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해상에서 규모 7.9 강진이 발생했다. 대만 지진 발생 후 두 달여가 지난 4월14일 일본 규슈지역의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고, ‘세월호 2주기’였던 4월16일에는 에콰도르 서부 해상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에콰도르 에스메랄다스주를 포함, 북서부 지역을 강타한 이 지진으로 673명이 목숨을 잃고, 6,0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가습기 살균제 파문은 대한민국의 4월을 분노로 들끓게 했다. 지난 1994년 11월 16일 유공(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최초로 판매를 시작한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가습기가 생활필수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약 20종의 가습기 살균제가 연간 60만 개 이상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들은 원인 모를 폐병으로 죽어갔다. 폐가 점점 굳어가 약을 먹어도 회복되지 않고 결국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돼 버리는 ‘소리 없는 죽음’이 이어졌다.



정부는 2011년 이런 증상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안에 들어 있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포스페이트(PHMG) 성분임을 발견했고,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 6종의 제품을 수거조치 했다.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사건의 실체에 대한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가습기 살균제 생산 업체들에게 허위 광고로 과징금 5,000만원이 부과됐다. 이후 피해자들은 개별적인 소송과 시위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정부와 생산 기업 등을 상대로 개별적인 소송에 들어갔지만 돌아온 법원의 대답은 ‘국가는 책임이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논란이 된 지 5년이 지난 2016년 1월 말, 드디어 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가장 많은 제품을 판매한 옥시는 4월 21일 언론을 통해 이메일로 공식 사과문을 보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죽음에 자사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고 시민들의 분노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5월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한 20대 여성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화장실에 숨어 줄곧 범행 대상을 기다리며 남성 7명을 보낸 후 처음으로 들어온 생면부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경찰에 붙잡힌 그는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당당하게 범행을 자백했다. 아무런 잘못 없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 앞에서 대한민국은 슬퍼했고 또 분노했다.

사건 발생 후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추모 공간을 마련해 여성의 죽음을 애도했다. ‘포스트잇’을 통해 애도와 미안함을 표현했다. “나는 우연히 살아 남은 한국 여자다”라는 추모 메시지는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분노가 함축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보여줬다.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57분께 은성PSD 소속 정비용역직원 김씨는 구의역 9-4번 탑승문 스크린도어를 혼자 정비하다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숨졌다. 취직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하던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많은 이들을 울렸다. 시민들은 김 군이 생을 달리한 구의역 승강장에 추모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 붙기 시작한 ‘포스트잇’은 다른 승강장 주변을 가득 메울 정도로 늘어났다. 생전 고인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승강장에는 과자, 빵, 음료 등 먹을거리도 쌓여갔다. 수많은 ‘포스트잇’과 쌓여가는 음식들, 승강장 앞에서 통곡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적셨다.



김 군의 죽음을 계기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과 ‘효율’만을 강조한 나머지 안전을 무시했던 서울메트로의 ‘부실 경영’ 단면이 드러났다.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승강장 안전요원 배치를 확대하고, 기관사 업무내규에 전동차 내 긴급 상황 발생 시 ‘현장 확인’ 등 내용을 추가하는 등 불합리한 문제들이 일부 해소됐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원-하청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근로자의 아픔은 여전하다. 지난 6월 빌라 3층에서 안전장치 없이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다 추락해 숨진 한 전자회사 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9월 지속적 성폭력과 과도한 업무에 반발해 삭발과 단식 투쟁을 벌인 김포공항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등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슬픈 사연은 이어지고 있다.

6월





설마 했던 것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2차 대전같은 비극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유럽 각국이 하나로 뭉치자며 만든 하나의 경제공동체인 유럽연합(EU)에 금이 갔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을 탈퇴한 것이다. 유럽 타국과의 경제통합으로 일자리를 뺏긴 영국 서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015년 총선을 앞두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7년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보수당 단독 내각을 탄생시켰다.



캐머런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부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올 2월 캐머런 전 총리는 EU 정상들과의 협상에서 합의안(△이주민 복지혜택 제한 △법무·내무 관련 사안에서 EU법 선택적 적용 △비유로존 국가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시장 접근 보장)을 도출시킨 후, 브렉시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 합의안을 도출시키는데 성공한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EU에 잔류하도록 하는 데 충분하다”고 평가한 뒤 “앞으로 열과 성을 다해 선거운동에 임하겠다”고 다짐하며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식 선언했다. AP통신 및 외신들은 이 합의안에 대해 영국 측 주장이 상당 부분 관철됐다며 사실상 캐머런 총리의 승리라고 평가했고, 여론도 EU 잔류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영국 국민들의 최종 선택은 브렉시트 찬성으로 모여졌다.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EU 회원국은 ‘패닉’에 빠졌다. EU 회원국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브렉시트 이후)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의무”라며 “떨어지면 분열하고, 나뉘고, 싸울 위험이 있지만, 함께 하면 평화뿐 아니라 유럽이라고 불리는 좋은 연합에 사는 시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브렉시트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EU 통합의 역사상 깊은 균열”이라며 “우리는 브렉시트의 결말과 마주해야 한다. 우리는 EU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시민들은 EU가 자신들의 번영을 가능하게 할 때만 EU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3일. 한류스타이자 가수 겸 배우 박유천(30)씨 앞으로 ‘성폭행 혐의’를 담은 고소장이 날아들었다. 고소인 A씨의 주장에 따르면 6월 4일 한 유흥업소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박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입고 있었던 속옷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박씨의 소속사는 성폭생 고소건에 대해 “허위 주장이다. 악의적인 공갈과 협박에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맞섰다. 고소 후 2일이 지난 시점에 A씨가 “성관계에 강제성이 없었다”며 고소를 취하했고,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6월 16일 박씨가 성폭행 혐의로 두 번째 고소를 당하고, 다음 날인 17일에는 두 명이 여성이 같은 날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



유명 연예인을 상대로 동시에 네 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경찰은 박씨 사건을 위해 12명의 전담팀을 꾸려 빠른 시일 내에 사건을 처리하고자 했다.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하면서 사건의 양상은 급속도로 달라졌다. 고소인들이 속속 ‘강제성이 없었다’며 고소를 취하했고, 박씨는 결국 첫 고소 이후 한 달이 지난 7월 11일 ‘성폭행 피소’ 4건 모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아직 성매매 및 사기 혐의에 대한 부분은 7월 15일부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서울경제썸은 2016년 대한민국을 웃고 울게 했던 주요 사건들을 모아 3개월 단위로 4편, 그리고 종합편까지 총 5편을 제작해 12월 30일까지 매일 한 편씩 송고할 예정이다. 키워드 선정은 각종 포털의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토대로 사건의 비중과 여론 집중도를 따져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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