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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후 최악 소비 빙하기 오나…내수 '5대 절벽' 눈앞







① 지갑 닫고 인구 줄고…흔들리는 ‘경제 허리’ 40대



연초 수출은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경기를 지탱했던 소비는 각종 악재에 짓눌려 대폭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 ‘허리’인 40대는 구조조정, 원리금 상환 등에 소비여력이 줄고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경착륙 우려까지 나와 집값 상승에 따른 소비진작이라는 ‘자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시장 찬바람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유가 상승, 수천만원의 소비진작 효과가 있는 결혼식 감소 등도 소비에 부정적이다. 이에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소비 빙하기’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② 꺼지는 자산 효과…향후 집값마저 하락 전망 우세



지난 2~3년간 이어져온 자산 효과가 희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주택매매 가격 상승률(한국감정원 기준)은 지난 2014년 1.71%, 2015년 3.51%, 지난해 0.71%를 기록했다. 한번 오르면 수천만원씩 오르는 집값의 특성상 가격이 상승하면 가계의 심리도 풀려 소비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는 시중금리 상승,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집값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4분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동산 전문가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년 후 부동산 가격이 2.5% 미만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53.9%로 3개월 전 조사 때(29.1%)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주택경기 둔화로 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 효과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③ 올 실업률 15년만에 최고 예상…고용 얼어붙어 경제 심리 위축



고용여건도 나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에 달했고 청년 실업률은 9.8%로 치솟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실업률이 3.9%로 2001년 이후 15년 만에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청년실업률은 올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당장 일자리가 없어 소득이 줄어드는데 소비를 늘릴 가능성은 없으며 실업난은 전체 가계의 경제심리도 위축시킬 수 있다.

④ 다시 오르는 유가…실질 국민총소득 끌어내려



유가가 오르는 것도 문제다. 11일 현재 서울 휘발유 가격은 ℓ당 평균 1,615원으로 지난해 최저가였던 1,416원(3월5일)보다 약 14% 올랐다. 연료통 용량이 70ℓ인 쏘나타에 기름을 가득 넣는 데 이전에는 9만9,000원이었지만 이제는 11만3,000원이 들어간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저유가에 힘입어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3%대의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면서도 “올해는 경제성장세가 낮아지고 유가도 오름세로 돌아서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질 GNI는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준다.

⑤ 비혼·만혼 확산…연간 혼인 첫 30만건 밑돌아 민간소비 8,000억 증발



결혼을 안 하는 비혼, 늦추는 만혼이 확산하고 있는 점도 소비만 놓고 볼 때 부정적이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통계가 있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30만건을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 10월까지 22만7,900건을 기록했으며 2015년 11·12월 수치를 대입할 경우 28만7,200건에 그친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적령기인 25~35세 절대인구 자체가 줄고 있어 올해 혼인 건수도 반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결혼식을 치르는 데 주택 마련을 제외하고 예식·신혼여행 비용으로 평균 5,198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혼인 건수를 28만7,200건으로 가정하면 2015년보다 1만5,600건의 결혼식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결혼식 평균 지출비용에 대입하면 민간 소비 증발액이 8,109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 해 민간 소비액(약 770조원)의 약 0.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은행도 2014년 4·4분기 경제성장률이 0.3%(전 분기 대비)로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대해 재정절벽과 182년 만에 찾아온 9월 윤달로 결혼식 1만5,000건이 3·4분기와 이듬해 1·4분기로 분산된 점을 꼽는 등 결혼식이 사라지는 데 따른 민간 소비 감소 효과를 인정한 바 있다.



올해 소비가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민간 소비 증감률이 1.7%에 머물며 지난해보다 0.7%포인트 후퇴할 것으로 봤다. 2014년과 같은 수치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2%) 이후 최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 LG경제연구원과 정부는 2%로 내다보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소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소득·자산가치·가계부채·물가 등 4가지인데 물가도 지난해보다 오를 것으로 보이는 등 모든 요소가 안 좋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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