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전망? 에라 모르겠다.’
지난 9일 이베스트증권의 리포트 제목이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최신곡을 패러디한 리포트의 제목도 튀지만 최근 삼성전자 주가를 바라보는 애널리스트들의 속내가 그대로 보인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노래에 나오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런 떨림(주가 급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팔지도 사지도 못해)’이라는 가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50만원으로 제시한 애널리스트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하루 평균 400건 이상 증권사 리포트가 쏟아지며 다른 리포트보다 더 눈에 띄게 하기 위해 리포트 제목부터 톡톡 튄다. 내용이 비슷한 리포트끼리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차별화를 위해 제목부터 색다르게 내놓는다. 실제 올해 초부터 18일까지 나온 삼성전자 관련 리포트는 60여개.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에 4개 이상 꾸준히 리포트가 올라왔다. 리포트 제목의 패러디는 유행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매일 올라오는 리포트 중 한 개 이상이 유명 가요나 영화에서 제목을 따왔다.
이 같은 경쟁에서 치고 나온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의 ‘에라, 모르겠다’는 에프앤가이드 종목 리포트 순위 18위에 올랐다. 지난해 증권사 리포트의 ‘패러디 1위’는 단연 ‘걱정 말아요, 그대’였다. 전인권의 노래에서 나온 것으로 정규봉 신영증권 연구원이 지난해 3월 삼익악기의 주가 하락이 장기 투자자에게 좋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영화제목도 리포트와 주가 움직임을 나타내는 좋은 소재다. ‘파라다이스-뭣이 중헌디?(한승호 신영증권)’ ‘오리온-살아있네(김태현 IBK투자증권)’ 등 유명 영화의 대사를 차용한 제목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 증권사 리서치팀장은 “과거와 비교해 신뢰도 측면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수난시대”라며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산업의 분석보다 리포트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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