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6월 호텔신라의 풋옵션(매도청구권) 행사로 지난달 19일까지 상환해야 할 715억원을 갚지 못했다. 다음 달 23일까지 10% 가산된 788억원을 상환해야 하지만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에 따라 담보로 제공했던 동화면세점 주식 30.2%(57만6,000주)를 추가로 내놓게 됐다. 이 지분은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지분으로 김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남편이다. 앞서 호텔신라는 2013년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600억원에 취득하면서 3년 뒤 투자금 회수를 위한 풋옵션을 걸었다. 기존 19.9%에 추가 지분을 더하면 총 50.1%로 경영권을 갖게 된다.
문제는 면세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동화면세점을 인수할만한 곳이 없다는 점이다. 계약 당사자인 호텔신라 측 관계자는 “지분 청산 금액을 상환받는 게 최우선이며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현대백화점 역시 “동화면세점 인수를 검토한 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매각이 추진된다 해도 당국의 승인이 필요해 갈 길이 멀다. 면세점은 한정된 허가를 바탕으로 하는 특허사업으로 기업이 임의로 매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특허권을 획득한 기업이 사업하지 않으면 특허를 반납해야 하며, 매각이나 승계를 하려면 당국과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
서울 광화문 4거리에 위치한 동화면세점은 197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이다. 최근 수년간 실적이 악화됐고 올해 들어서는 루이뷔통과 구찌 매장이 철수하고 전체 영업시간도 단축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