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자리가 로봇 때문에 사라질 겁니다. 피해를 입느니 로봇의 ‘주인’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관련 펀드에 투자하시길 추천합니다.” 서울 강남구의 NH투자증권 대치 WMC에서 만난 김동의(사진) 프라이빗뱅커(PB)는 다소 의외의 상품을 권했다. 금융 트렌드에 빠른 대치동 자산가들이 좋아할 법한 헤지펀드, 대체투자 상품보다도 로봇 펀드를 제안한 것이다. 그만큼 로봇산업의 성장성과 그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김 PB는 “트럼프 정부의 공약대로 미국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면 인건비 비싼 사람을 공장에 고용하기보다는 로봇을 쓸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결국 로봇산업 성장의 방아쇠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로봇산업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와 ‘삼성픽테로보틱스’ 두 상품이 거의 전부다. 김 PB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는 지난해 많이 올랐지만 장기적으로 여전히 추천한다”며 “삼성픽테로보틱스는 로봇산업에 보다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도 종목당 비중이 낮아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는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에 투자하지만 삼성픽테로보틱스는 IT 대기업이라도 로봇과 관련이 없는 업체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구글 알파벳, 지멘스, 일본의 전기장비 제조업체인 파낙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김 PB는 개별 종목을 통한 로봇 투자는 권하지 않았다. 국내에는 로봇 관련주가 아직 없다시피 한데다 외국 종목에 투자하더라도 산업 발전 단계인 만큼 변동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증시가 연일 김 PB는 현시점에서는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평가 부담이 있어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뱅크론 펀드는 지난해에만 15%가 올랐지만 올해는 3% 이상 추가로 상승하기는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반면 “중국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나라이기 때문에 일정 비중은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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