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바둑보다 수학적 계산이 더 까다로운 포커 게임에서 인간 고수를 이겼다. 특히 이번 승리는 ‘알파고’의 슈퍼컴퓨터가 아닌 노트북으로 만든 AI로 바둑과 달리 상대편의 패를 보지 않고 직관만으로 인간을 눌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AI가 ‘협상’에 나설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캐나다 앨버타대, 체코 프라하 카렐대, 체코 공과대 연구진은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3일자에 AI 포커 프로그램 ‘딥스택’이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인간 도박사 11명을 압도적인 격차로 눌렀다고 밝혔다.
포커 게임을 하는 AI 기량은 빠른 속도로 향상됐다.
포커 게임의 승패는 플레이어가 각 게임에서 딴 돈을 평균으로 계산한 ‘mbb/g’단위를 쓴다. 지난 2015년 전문 도박사 팀은 최고의 컴퓨터 포커 프로그램인 ‘클라우드코’를 91mbb/g 차이로 이겼다. 그러나 이번엔 평균 394mbb/g의 격차로 졌다.
이번 결과는 구글의 ‘딥러닝(심층학습)’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것보다 놀라운 결과로 평가된다. 바둑과 달리 대결자가 자신만 볼 수 있는 카드를 쥐고 겨루는 ‘정보 비대칭’ 게임에서 AI가 이겼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딥스택을 개발해 무작위로 카드와 베팅 금액을 설정하고 1,000만여건의 게임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학습하도록 훈련했다. 이후 국제포커연맹(IFP) 등의 도움을 받아 딥스택과 겨룰 전문 도박사를 선정해 게임을 진행했다. 한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포커처럼 불완전 정보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학적 치료 권고, 전략적 협상 등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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