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새 희망공식을 바라는 17만 상공인들의 열망을 담아 ‘공정사회-시장경제-미래 번영’의 3대 틀을 제안한다. 주요 정당들이 대선 과정에서 대안을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해달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전국 상의 회장단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9대 대선 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발표했다. 박 회장 등은 23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5개 정당 당대표를 찾아 제언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상의 회장단은 제언문에서 “이대로는 한 해도 더 갈 수 없다는 절박감에 만들었다. 백화점식 위시 리스트(wish list)가 아니다. 국가경제의 핵심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어떤 해법이 좋을지 대선 주자와 경제계가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다. 늘상 하는 얘기로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제언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제언은 대선 때마다 재계가 100여건의 탄원 목록을 작성해 건의하던 방식 대신 9건의 국가 핵심 어젠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특히 72개 전국 상의를 통해 기업 의견을 수렴한 후 기업편향성을 없애기 위해 경제단체로서는 이례적으로 보수·보학자 40여명에게 두루 자문을 받아 작성됐다. 박용만 회장은 “특정 이슈에 대해 찬반을 얘기하는 것도, 절박감에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떼쓰는 것도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선진국 진입을 위한 변화, 누구나 지적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정책, 시장경제 원칙의 틀을 흔드는 투망식 해법 등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상의 회장단은 제언문에서 경제계와 새로 들어설 정부가 2인3각 플레이를 통해 국가 경제를 변화시키자고 주문하면서 ‘공정사회·시장경제·미래번영’의 3대 틀과 9대 과제를 제시했다.
공정사회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 주체 상호 간의 신뢰 회복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고용 이중구조 해소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불신의 벽을 허물어 경제 주체들이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영 관행의 선진화를 원하는 국민 요구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를 꼭 바꾸되 해법은 시장에 맡겨달라고 건의했다. 비정규직의 불이익과 정규직의 기득권을 조정하는 노력을 통해 고용의 이중구조 해소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장경제의 틀과 관련해선 △ 정책의 일관성 유지 △혁신기반 재구축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5년마다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도록 인기가 없더라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부 주도형 성장 공식인 ‘대한민국 주식회사’를 과감히 포기한 뒤 민간 주도의 파괴적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신화’를 되찾기 위해 정부 연구개발(R&D) 시스템을 정해준 것만 하는 포지티브 방식 대신 연구자가 아이템을 제시할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고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할 인프라 투자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미래 세대의 일자리가 달린 서비스 부문도 사회안전망 확충 등 보완대책을 병행해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래 번영의 틀과 관련해서는 △성장-복지 선순환 △교육 혁신 △인구 충격에 대한 대응 등을 구체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복지는 확대하되 부담을 지나치게 높여 경제가 위축되고 복지 재원이 고갈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입식 교육은 창의성·유연성 교육으로 전환하고, 저출산으로 대한민국의 대(代)가 끊기지 않도록 입시 지옥과 취업난 해결 대책, 출산·육아 부담 해소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경제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돼야 미래 예측 가능성도 높아져 기업들이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며 “차기 정부는 일관성있는 정책을 통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기업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성과 혁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