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발(發) 무역보복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의 상표를 미리 등록해 중국 내 영업을 방해하는 ‘상표사냥꾼’의 공격이 기승을 부려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한국 상표 침해는 매우 전문적이고 집요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8일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치르치르’를 운영하는 리치푸드는 최근 중국에서 브랜드를 도용당해 소송을 냈다. 중국 회사인 ‘천진MF’와 계약을 맺고 중국 사업을 진행했던 리치푸드는 천진MF가 브랜드명과 로고를 교묘하게 베껴 ‘치르치킨’이라는 브랜드를 등록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천진MF는 짝퉁 브랜드로 톈진에서 지금까지 15개 가맹점을 낸 상태다.
국내 국밥 전문 ‘이화수’ 브랜드로 지난해 100호점을 낸 프랜차이즈 업체 애브릿 역시 상표권 때문에 중국 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 중국의 유명 상표브로커가 이화수의 ‘한글+영문+중문 명칭’ 상표출원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사업이 휘청이는 중소기업들이 설상가상으로 중국 상표브로커의 횡포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중국 상표사냥꾼의 한국 브랜드 훔치기는 지난 2014년 142건이었지만 이듬해인 2015년 871건으로 급증한 뒤 지난해에는 1,232건에 달했다. 한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표 도용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중국 상표브로커의 행태는 이미 기업화 단계를 넘어 전문화됐다. 중국의 전문 상표브로커 K씨는 개인 명의 330건과 자회사 5개를 합쳐 무려 530여건의 한국 상표권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한국 상표 무단 선점 브랜드 건수의 절반에 가깝다.
이들 중국 상표브로커는 한국 브랜드에 중문이나 영문 등을 교묘히 결합하는 형태로 상표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상표권 침해는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지만 최근 중국 상표브로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며 “중국에서 한국 상품과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어 현지에 진출하기 전부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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