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최근 장부 가치를 뜻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회복하면서 저평가 업종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철강·화학·은행 등이 앞서 주가 회복세를 보이는 동안 시장의 소외를 받은 자동차와 호텔·레저·음식료 등 내수·소비재 업종이 실적 발표 시즌과 맞물려 상승 모멘텀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이 PBR 1배 이하로 거래되는 극단적인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난 만큼 지금부터는 장부가격과 비교해 많이 오른 업종의 비중은 줄이고 디스카운트 폭이 큰 업종 가운데 실적 모멘텀이 있는 종목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주 2,160선을 되찾으면서 지난 2015년 이후 2년 만에 12개월 선행 PBR 1배도 회복했다. 국내 시장은 2015년 이후 화학·철강·조선·건설 등 경기 민감 업종이 속한 산업들이 PBR 1배 이하에서 거래되는 극단적인 디스카운트를 겪어왔다. 그동안 장부에 적혀 있는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한 시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 들어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상황도 달라졌다. 국내 주식시장이 지난해 상장사의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뛰어난 기초체력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에 외국인의 자금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코스피는 올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장부가 대비 저평가된 업종도 바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2012년 이후 평균 PBR 대비 디스카운트가 큰 업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IT, 경기민감 업종(에너지·화학·조선·건설·기계), 은행 업종이 과도했던 디스카운트 국면에서 벗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에는 청산가치(PBR 1배 이하)로 거래됐지만 현재는 장부가격에 비슷하게 거래되고 있다. 반면 자동차(-28.5%)를 비롯해 의류(-22.1%), 음식료(-20.28%), 유통(-10%) 등은 현 주가 수준이 PBR 1배보다 큰 폭으로 할인된 것으로 집계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의 대표적인 디스카운트 업종인 에너지·소재·산업재 등 경기민감주와 은행주가 지난해 강세를 보이면서 PBR도 상승했다”며 “이들 업종을 과거처럼 1배 이하의 싼 주식이라고 생각하고 매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할인폭이 커진 내수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민감주·은행주로 대표되는 대형가치 스타일은 점차 주도군에서 이탈할 것”이라며 “선진국 소비 회복이 가시화하고 한국 내수도 반등이 임박하면서 소비재와 내수 관련 업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주가 흐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화장품·의류(-3.7%), 건강관리(-2.8%), 필수소비재(-2.4%), 호텔·레저(0.1%), 유통(0.2%) 등 내수업종의 주가는 하락 폭이 줄거나 상승 전환했다. 박소연 연구원은 “지난 3월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는 1월을 저점으로 두 달 연속 반등했고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저 효과도 누릴 것”이라며 “장부가격 대비 저평가돼 있는 내수업종 가운데 이익이 꾸준히 상향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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