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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200명 희망퇴직..IFRS17發 구조조정 현실화

긴급이사회서 조직 축소 의결

흥국생명 이미 지점 축소

대형보험사도 안심못해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를 밑돌고 있는 보험사들이 감원 태풍에 휩싸였다. 재무건전성 기준을 강화한 새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감원 등의 인적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21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2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170개인 지점을 최대 절반 수준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는 KDB생명이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외부 컨설팅에서 정규직원 900여명 가운데 200명을 줄이고 지점을 절반 정도 축소해야 연간 인건비를 300억원가량 절감해 경영효율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KDB생명은 이달 말부터 20년차 이상,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 공고를 낸 후 다음달 3~7일 희망퇴직 지원자를 받기로 했다. KDB생명의 감원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추진해온 매각이 번번이 실패하면서 내부 동요 등 영업경쟁력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DB생명은 1·4분기에 227억원 규모의 순손실이 나는 등 지속적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RBC 비율은 1·4분기 말 기준 124.4%로 생보업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RBC 비율 권고 기준인 150%를 맞추려면 적어도 대주주인 산은으로부터 2,000억원 이상의 증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대주주인 산은이 매각 이슈에만 몰입하면서 사측은 미래를 위한 내실을 다지는 경영정책 대신 매각을 위한 외형 확장에 주력하고 당장의 이익을 위해 우량채권을 처분했다”며 “그간 온갖 경영간섭으로 회사를 부실하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경영악화의 책임을 모두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흥국생명은 전국 140개 전속 지점을 80곳으로 축소하고 소비자 대면 창구인 22개 금융플라자도 10개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사업가형 지점장 수십여명이 구조조정 계획 발표 당일 계약이 해지되면서 일자리를 잃었고 폐점되는 지점 여직원들이 권고사직을 종용당하는 등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흥국생명 역시 RBC 비율이 145.4% 수준이어서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주주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손보업계 중 RBC 비율이 가장 낮은 MG손보 역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MG손보는 대주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가 1,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불발됐다. MG손보의 RBC 비율은 118.7% 수준으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100%에 겨우 20%포인트만 남은 상황이다. MG손보 측은 2013년 그린손보에서 MG손보로 바뀔 당시 대규모 감원을 실시해 더 이상의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영업경쟁력 악화 등으로 대규모 증자 없이는 추가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MG손보 관계자는 “1·4분기에는 적자에서 벗어나는 등 실적이 조금씩 호전되는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이 아닌 증자가 있어야만 영업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IFRS17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소형보험사들이 먼저 감원에 나섰지만 상대적으로 안정권에 속한 보험사들도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부가 법으로 실손의료보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대형보험사들도 수익구조를 맞추려면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보다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에서는 재무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보험사들이 비용 통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주요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슈어테크(InsurTech), 즉 첨단기술과 보험 간 결합 가속화는 보험업계 감원의 또 다른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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