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은 아직 애플에 못 미치지만 영업이익은 12조원선으로 예상되는 애플을 넘어설 게 확실하다. 반도체 매출만 놓고 보면 24년간 왕좌를 지켜온 미국 인텔의 아성도 무너뜨렸다.
일본 노무라증권이 최근 전망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4분기 반도체 매출은 151억달러로 144억달러인 인텔을 제쳤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애플과 인텔을 모두 뛰어넘은 것이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선 ‘퀀텀 점프’라는 탄성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성과는 이재용 부회장 부재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이룬 것이어서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정작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지금이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한다. ‘반도체굴기’를 외치는 중국의 공세가 거센데다 인텔마저 메모리 분야에 본격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걱정은 반도체 시장의 부침이 심해 지금 같은 호황이 계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 수차례 경험했듯이 메모리 수요가 한순간에 꺾여 ‘수요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 삼성이 반도체 영업손실을 경험했던 지난 2009년 1·4분기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을 미리 대비해 새 먹거리를 찾고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선제투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더욱 그렇다. 벌써 경쟁업체는 바삐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 인텔이 이스라엘 자율주행 업체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에, 아마존은 유기농 슈퍼마켓체인 홀푸드를 137억달러에 사들였다. 하지만 투자결단을 해야 할 컨트롤타워가 비어 있는 삼성전자는 올 들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이러다가는 3~4년 뒤 삼성전자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은 도와주기는커녕 재벌개혁의 고삐만 죌 태세니 안타깝다.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실적에도 삼성전자가 웃지 못하는 까닭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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