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30대 젊은 고객을 공략하겠다며 야심 차게 출시했던 ‘벨로스터’를 단종한다. 대신 후속 차종 ‘JS(프로젝트명)’로 반전을 꾀한다. 국내에 선보일 예정인 첫 고성능 브랜드 ‘N’도 JS로 내놓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공을 들였던 ‘PYL(Premium Younique Lifestyle)’ 라인업의 대대적 혁신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벨로스터 단종을 결정하고 완전 신차 JS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당초 현대차는 올해 11월께 신형 벨로스터를 출시하고 고성능 모델 N의 국내 첫 모델도 벨로스터 N으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벨로스터가 국내 판매량이 월 15대도 안 되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첫 고성능차 N이 벨로스터로 나올 경우 향후 사업성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브랜드 전략을 완전히 다시 짠 것으로 알려졌다.
벨로스터는 ‘아반떼’와 ‘쏘나타’로 대표되던 현대차의 혁신을 이끌던 차종이다. 지난 2011년 출시 당시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해줄 수 있는 혁신적인 차’라는 의미에서 ‘PUV(Premium Unique Vehicle)’라는 개념을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최초로 도입한 바 있다. 운전석 쪽에는 문이 1개, 조수석 쪽에는 2개 있는 비대칭 형태로 당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던 쿠페 스타일과 해치백의 실용성을 절충했다. 현대차는 여기에 주요 경쟁 브랜드가 강조했던 튜닝 브랜드 ‘튜익스’를 맞물려 벨로스터를 통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고자 했다. 벨로스터 고객에게는 ‘프리미엄 유스랩(PYL)’이라는 별도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워터파크 및 스키장 시즌권 50% 할인, 바리스타 스쿨, 플라워 레슨, 해외결식아동 후원 등의 프로그램, 대형 콘서트 무료초청 기회 등을 제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는 벨로스터를 시작으로 PYL 라인업에 유럽형 핫해치 ‘i30’와 ‘i40’를 추가하며 완전히 달라진 현대차를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판매 면에서는 실패로 평가받는다. i30는 6월 300여대, i40는 59대 판매됐다. 그랜저IG가 7개월 연속 1만대를 판 것과는 대표적이다. 현대차의 PYL 라인업 정리는 이미 예고됐다. 현대차 홈페이지에서 벨로스터 시승기를 보려고 클릭하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뜬다. 또 영업소에 전화해 벨로스터를 사겠다고 밝히면 사실상 판매가 중단됐다고 안내하고 있다. 판매량으로 확인되는 고객의 반응이 없으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과감하게 라인업을 쳐내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지 않았다면 진작 사라졌을 차종들”이라며 “커넥티비티 등 현대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주의 라인업 재정비와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비가 필요했던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벨로스터의 계통을 이을 신차에 대해 기대감을 걸고 있다. 정 부회장이 벨로스터를 기반으로 선보였던 PYL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제네시스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의 ‘86’과 같은 브랜드 특유의 감성을 살릴 수 있는 차종이 현대차에서 나온다면 충분히 국내 고객도 반응할 것”이라며 “정 부회장이 벨로스터에 애착을 가졌던 만큼 다음 브랜드를 통해 현대차의 새로운 혁신을 어떤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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