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와 서방의 경제제재로 침체의 늪에 빠졌던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올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경제 악화로 GM이 철수하고 판매량이 급감하는 와중에도 생산시설을 유지하고 신차를 꾸준히 투입하며 버틴 결과가 점유율 확대라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 결정을 내리면서 하반기 경제 상황이 다소 불투명하지만 현지 특성에 맞는 전략적 상품 출시로 대응해나간다는 전략이다.
9일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7월 러시아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18.6% 늘어난 12만9,685대로 집계됐다. 이로써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11월 전년대비 0.6%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9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5월부터는 3개월 연속으로 10%대 고성장세를 보이면서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달에 각각 1만1,952대와 1만6,187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1%와 36.7%가 증가했다. 1~7월 누적 판매량은 기아차가 10만1,37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2%가 늘었고 현대차는 8만3,103대(제네시스 563대 포함)로 10.6%가 증가했다. 양사 합산 판매량은 18만4,479대로 전년 대비 17.7%가 증가했다. 브랜드별 누적 판매 순위는 현지 업체인 아브토바즈(16만1,733대)에 이어 기아차와 현대차가 2, 3위에 올랐다. 시장 점유율도 기아차가 12.0%, 현대차가 9.8%로 합산 점유율은 21.8%까지 올랐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0.7%였다.
기아차의 판매 증가는 ‘리오(국내명 프라이드)’가 이끌었다. 리오는 올 1~7월에 5만4,614대가 팔려 전년 대비 16%가 증가했다. 특히 리오는 현지 브랜드인 라다의 ‘그란타(5만130대)’를 제치고 베스트셀링카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포티지’도 전년 동기 대비 49.2%가 늘어난 1만4,938대가 팔려 힘을 보탰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에 투입된 ‘크레타’가 효자 역할을 했다. 크레타는 1~7월에 2만7,345대가 팔려 단숨에 베스트셀링카 5위에 랭크됐다. 기존 주력 차종인 ‘쏠라리스(국내명 액센트)’가 모델 교체 여파로 전년 대비 27%가량 판매가 급감했으나 이를 크레타가 만회했다.
지난 2012년 294만대 수준이던 러시아 자동차 판매는 저유가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유럽 등 서방의 경제제재로 경제가 악화되면서 지난해 143만대로 반토막났다. 저유가에 어느 정도 대응력이 생기고 서방의 경제제재가 다소 완화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자 자동차 판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최근 미국 의회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의하면서 하반기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자동차 판매 회복세도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는 지속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판매량 회복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 신형 쏠라리스와 제네시스 ‘G80’을 출시했고 기아차는 신형 리오에 이어 신형 쏘렌토를 투입해 고성장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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