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난리 중에 외유를 한 충북의 어느 도의원이 국민을 들쥐에 빗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도의 사고력과 이성을 갖춘 인간을 우매한 짐승에 비유하는 말에 어느 누구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항상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이론이다.
노후생활비 마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3층 연금이다. 바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을 말하는데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은 납입할 때 강제성을 띠거나 인출할 때 제한을 두는데 먼 미래의 편안함보다 당장 쓰는 것을 선호하는 비합리적 선택을 막기 위한 장치다. 3층 연금 중 특히 퇴직연금은 지금까지 근로소득자들에게만 가입 권리가 주어져 특혜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근로자 퇴직급여보장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7월26일부터 자영업자·공무원·교직원 등까지 개인퇴직연금인 IRP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이 확대됐다.
퇴직연금에 속하는 IRP이지만 혜택은 세제 적격 개인연금인 연금저축과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연금계좌와 합산해 연간 700만원 한도로 납입액의 최대 16.5%를 세액공제 받는다. 확정기여형(DC)으로 스스로 수익률을 관리해야 하는 것도 특징이다. 세액공제 혜택은 수익률과 관계없는 확정된 수익이나 마찬가지인데 당해 납입한 액수의 무려 10년 치가 넘는 이자를 매년 꼬박꼬박 돌려받는다고 보면 된다. 환급된 세액을 재투자한다면 연간 601만원만 내면서 실제 700만원이나 적립하는 효과를 본다.
이 외에도 이자·배당소득세를 매년 징수하지 않는 과세이연 효과 또한 IRP의 세후 수익률에 큰 기여를 한다. 쉽게 단리와 복리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매년 700만원을 채워 납입하고 연금으로 인출한다고 가정해보자. 납입기간이 10년이면 약 130만원, 20년이면 약 570만원의 과세이연으로 인한 추가 소득이 발생할 것이다. 30년 납입하고 나서 인출하면 무려 1,400만원이 넘는 이득이 생기게 된다. 이 두 가지 효과에서 얻는 수익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여기에 이자율보다 조금 높은 투자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 노후는 더욱 안락해질 것이다. 이와 같이 IRP 가입으로 인한 절세 혜택을 수익률로 환산해본다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대다수 사람들은 ‘조삼모사’보다 ‘조사모삼’을 선호한다고 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비합리적인 본능을 극복하는 소수가 부자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여력이 된다면 이번 기회에 IRP에 가입해 그 큰 혜택을 한시라도 빨리 누릴 것을 강력히 권한다.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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