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대 삶의 방식을 잘 보여주는 키워드는 ‘휘게’(hygge)다. 덴마크어로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함, 편안함을 뜻한다. 인생은 한번, 현재를 즐기자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현재와 작은 행복에 감사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철학이 담겼다.
자동차 시장에도 이처럼 달라진 삶의 방식이 반영되고 있다. 구매자의 개성이 많이 반영되는 수입차 시장은 더욱 그렇다. 볼보코리아의 돌풍의 배경에 북유럽형 삶의 방식과 철학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美→日→獨으로 변화해온 수입차 패권=국내 수입차 시장이 태동했던 1990년 전후 수입차는 그야말로 사치재였다. 부를 과시하기 위한 구매가 많았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풍요로움을 동경했던 국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긴 것은 캐딜락이었다. 웅장하고 멋진 디자인과 좌중을 압도하는 존재감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1997년 IMF 사태 후 경제 상황이 급변하면서 수입차에 대한 인식과 소비 성향도 크게 달라졌다. 과시용이 아니라 은근한 멋과 차별화를 원했다. 어려운 경제를 반영해 고장이 안나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차를 선호했다. 이때 렉서스가 응답했다. 2000년 11월 국내 첫 진출한 렉서스는 도요타의 품질과 강력한 AS망, 차별화된 럭셔리로 3년여 만에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준대형 세단 ‘ES’가 강남 쏘나타로 불리기 시작했고 혼다와 닛산 등 일본차의 활약은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이끌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판세는 또 한번 뒤집혔다. BMW 코리아의 ‘520d’는 국내 디젤 세단 돌풍을 일으켰다. 한번 주유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고 탄탄한 기본기, 강력한 주행성능, 프리미엄 브랜드 특유의 멋스러움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기계적 완벽함에 매료된 고객들은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를 구입했고 폭스바겐은 시장을 더욱 키웠다. 도로 위는 독일차 엠블럼으로 물들었다.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 북유럽 감성 볼보 뜬다= 그러나 철옹성 같던 독일 디젤 신화는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수입차 1위 벤츠까지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는 상황이 됐다. 친환경 하이브리드 관심 덕에 일본차 붐이 재현될 조짐도 있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 브랜드 중 소비자 선호도가 급상승한 브랜드는 볼보다. 볼보의 올해 7월까지 국내 판매량은 4,13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030대)보다 36.5% 급증했다. 현재 추세면 올해 역대 최고인 7,000대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볼보는 2011년 이후 6년 연속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볼보 성장의 비결은 북유럽 감성이 반영된 제품력에 있다. 볼보의 고향 스웨덴은 1년에 5주 이상 긴 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긴 휴가를 즐기기 위해 주말마다 별장을 가꾸는데 공구와 목재를 싣고 가족과 함께 장거리 여행길에 오른다. 볼보가 자연스럽게 여가생활에 적합한 실용적인 차량의 전문가가 된 이유다. ‘크로스 컨트리’가 대표적이다. 평일에는 세단으로, 주말에는 SUV로 활용할 수 있는 볼보만의 독특한 세그먼트가 탄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국내서도 여가와 휘게 라이프 같은 생활 패턴의 변화가 반영되다 보니 볼보가 자연스럽게 부각되는 모습이다.
볼보는 스웨덴의 환경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가 된 것도 스웨덴의 척박하고 눈이 많이 내리는 기후 덕분이다. 인간 중심의 스웨덴 문화 역시 경쟁사와 좀 다른 차를 만들어 낸 비결이다. 극지방에 가까운 스웨덴은 열효율을 고려해 집을 크게 짓지 않는다. 대신 좁은 공간을 넓게 실용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실용적 수납이 가능한 가구 이케아가 스웨덴에서 탄생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볼보의 차들도 버려지는 공간이 없다. 크로스 컨트리의 센터페시아 뒤쪽에 수납공간이 있고 2열 시트가 완전히 접혀지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이유다. 대시보드 상판 플라스틱에 추운 지역에 사는 순록과 같은 동물의 골이 깊은 가죽 무늬 패턴을 적용, 스칸디나비안 특유의 디테일한 감성을 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북유럽식 라이프 스타일의 확산은 향후 볼보의 성장세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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