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하락해도 이익을 얻도록 설계된 커버드콜 펀드가 절세 효과에 힘입어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해 출시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규 펀드가 1년여 만에 1조원 이상 자금을 모으자 경쟁사들도 관련 상품을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18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신한BNPP커버드콜 펀드의 설정액은 1조2,8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출시된 후 1년 3개월 만의 성과다. 출시 7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판매액 1,000억원, 지난 5월 5,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특히 최근 3개월간 급격히 자금이 쏠렸다.
올 들어 코스피가 7개월 연속 상승하자 이에 따른 부담감으로 커버드콜 펀드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면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면서도 콜옵션(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지수가 떨어질 때도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얼마나 오를지 알 수 없는 지수 대신 안정적인 옵션 프리미엄을 좇는 방식이다. 최근 1개월간 코스피 지수는 3% 이상 하락한 반면 신한BNPP커버드콜 펀드는 1.21% 떨어지는 데 그쳤다. 1년 수익률도 9.39%로 양호하다.
커버드콜 펀드는 대부분의 수익이 비과세라는 점도 자산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반 주식형·주식혼합형 펀드는 국내 주식 매매차익에서만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커버드콜 펀드는 주식 매매차익뿐 아니라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도 비과세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해 8%의 수익을 냈을 때 수익금 80만원에 세금을 떼이지 않고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 신언경 한국투자증권 반포지점장은 “절세 효과가 있는데다 주가가 빠지더라도 안전장치가 있어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커버드콜 펀드는 해외 주식 투자 수익에 세금이 붙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한BNPP커버드콜 펀드가 인기를 얻자 다른 운용사에서도 상품 출시에 나섰다. 마이다스자산운용은 올 초 기존 커버드콜 펀드의 S클래스(펀드슈퍼마켓 가입 전용)를 선보였다. 올 6월 동부자산운용이 내놓은 ‘동부커버드콜2.0레버리지’는 콜옵션 프리미엄을 2배로 추구한다. 삼성자산운용도 이달 10일 ‘KODEX 미국S&P고배당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여세를 몰아 지난달 유럽 증시에 투자하는 ‘신한BNPP유로커버드콜’ 펀드를 출시했고 이어 사모 커버드콜 펀드도 잇따라 설정하며 자금을 끌어모으는 모습이다. 박문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퀀트운용팀장은 “커버드콜 펀드는 저성장·저금리에도 꾸준히 수익을 쌓을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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