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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이승건 토스 대표 "시작은 단순… 목표는 국내 첫 유니콘 기업되는 것"

3년전 국내 첫 간편송금업체 차려

누적송금 6조...대박 사업으로 키워

베트남·필리핀 등 해외 진출 모색

6월엔 文대통령 美 방문길도 동행

밤 늦게 퇴근해서도 새벽까지 공부

美 실리콘밸리 '넷플릭스' 등 참고

국내 최고 기업문화 만드는게 목표

본지에 조언 등 '서경펠로'로도 활동





지난 6월 재계를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든 명단 하나가 발표됐다. 주인공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길에 동행할 국내 52개 기업 대표단. 청와대를 등에 업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미국에서 사업을 넓혀갈 수 있는 계기인 만큼 대통령과의 방미일정은 기업인에게 있어 ‘절호의 기회’일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 총수들에게 있어서는 명단 포함 여부가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업계 전체를 ‘초긴장’ 시켰던 이 명단에 이승건(35·사진)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을 때 일부는 의아하다는 반응이었고 일부는 그럴 만하다는 반응이었다.

출범 3년 차를 맞은 직원 100명 남짓의 스타트업 대표가 SK·삼성전자·CJ 등 굴지의 대기업 수장들 사이를 ‘끼어’ 다니다 보니 재밌는 일화도 많았다. 1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행사장에서 배정받은 테이블이 다섯 개 테이블 중 정말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기업인들이 몰려 있는 ‘1번 테이블’”이었다며 “그런 사이에 제가 앉아 있으니 힐끔힐끔 보다가 ‘어떤 사업 하세요’라고 다들 물어보시는데 뻘쭘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제아무리 시장 상황에 예민한 대기업 대표라고 해도 2~30대 젊은 층을 위주로 갓 사업을 시작한 정보기술(IT) 기업 대표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설명하니 알아봤느냐’는 질문에 그는 겸연쩍은 듯 “아무리 소개를 해도 모르시더라”며 짧게 답했다.

사실 이 일화는 토스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횟수 1,000만건, 누적송금액 6조원을 넘긴 국내 첫 간편송금서비스 업체 토스는 방심하던 사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대박 히트 사업’이다.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생소할지 몰라도 ‘더치페이’가 생활화된 요즘 2~30대 사이에서는 없어선 안 될 필수 앱이다. 최근에는 신한금융투자와 손잡고 자산운용 시장에도 간접적으로 진출했으며 대출, 개인 간 거래(P2P), 신용카드 내역 보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베트남·필리핀으로의 해외사업 진출도 모색 중일 만큼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통령과 미국까지 다녀온 대한민국 대표 스타트업 대표로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에게도 두려움은 있다. 이 대표는 “사실 회사에 훌륭한 분들이 들어올 때마다 ‘나보다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겁이 나기도 한다”면서 “그래서 더욱 개인 공부에 매진하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새벽 한두 시까지 일을 하고 와서 집에 와서 새벽 네시까지 다시 공부를 하고 자는 게 일상이다. 가족·연애·친구를 반 포기하고 일과 잠만으로 채워진 삶을 ‘선택’했다고 한다.

공부는 동영상 시청으로 한다. 심취해 있는 영상은 주로 기업 문화에 대한 것들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영상은 스탠퍼드대에서 강의했던 ‘블리츠 스케일링(Blitz Scaling)’. 이 대표는 “한국말로는 정확한 번역이 없다”면서 “스타트업이 급격히 성장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블리츠는 ‘진격’이라는 뜻으로 세계 2차 대전 당시 신속한 기동과 기습으로 적의 저항을 분쇄하고 전쟁을 초기에 끝냈던 독일의 작전 방식에서 따온 말이다.

“임원들이 나와서 각자 기업 성장 단계별 겪었던 위기들을 소개하는데 우리 회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예를 들면 사업 초기에는 직원들의 업무 범위가 ‘이것 저것 다’입니다. 재무·회계·자금 등 다양한 일을 하고 하다가 ‘스페셜리스트’ 들이 들어오고 팀이 커지면 점차 영역이 세분화되는 거죠. 업무범위와 함께 결정권도 약해지다 보니 일부는 자신이 회사에서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그런 무기력감을 느끼지 않도록 회사가 직원들에 애정을 보여주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대표가 기업문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아직 정착 단계이기는 하지만 토스는 대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우를 자랑한다. 소통과 확실한 보상을 통해 회사가 직원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이는 입사 순간부터 시작된다. 신규 입사자에게는 각종 선물이 담긴 ‘웰컴 박스(Welcome Box)’가 주어진다. 이 박스 안에는 이 대표가 직접 고른 칫솔도 포함돼 있는데 치과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나름의 재미 요소라고 한다. 입사 2주 후 직원들이 어느 정도 업무를 체험하고 난 다음에는 4시간가량의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된다. 이 대표가 직접 회사의 비전, 목표, 핵심가치, 문화, 평가와 보상 체계에 대해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이다.

그 이후에도 회사와 직원들 간 소통은 계속된다. 매주 금요일 전 직원이 참여해 회사의 발전 방향을 공유하는 회의, 익명으로 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메시지 보내기 등 정기적 프로그램이 구비돼 있다. 직원들이 회사의 목표 수익을 올리기 위한 ‘부품’이 아니라 함께 훌륭한 꿈을 달성하고 있는 ‘동반자’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노력하는 직원들에게는 통 큰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성과에 따라 연봉이 6개월에 최대 25%씩 오른다. 또 직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집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6개월 이상 근무한 정규직에는 최대 1억원 무이자 대출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불리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참고 했다. 이 대표는 “기업문화는 완성이 없다”면서 “해결색을 모색할 때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해서 고민하기도 하고 인원이 늘면서 계속 상황도 바뀌기 때문에 성장단계에 맞는 해결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없다”고 답했다.

최근 들어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과도 비교가 많이 되고 있다. 둘 다 ‘불편한 기존 은행’에 대항해 인기를 얻고 있는 핀테크 업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이 경쟁자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인터넷은행은 은행이고 토스는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을 연계해주는 일종의 ‘미들맨(middle man)’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제3 인터넷은행 출범에 참여할 거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제안받은 건도 없고 우리와는 사업방향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에는 고객들이 은행 앱과 토스 이 두개를 금융 앱으로 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있어 토스가 마지막 사업은 아닐 듯 보인다. 무궁무진한 사업 아이템이 있는 만큼 재창업도 꿈꾸고 있다. ‘기술혁신 창업을 통한 사회의 기여’에 행복과 쾌락을 느낀다는 천생 사업가다. “월급이 많지도 않지만 팀원 회식에 다 쓴다”면서 “돈을 많이 모은다고 해도 결국 다음 사업에 전 재산을 털어넣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의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과거 창업시절 은행결제 등이 번거로워 차라리 이럴 바에야 직접 시스템을 바꿔보자는 ‘욱’하는 심정으로 토스를 만들었다는 이 대표는 이제 “이대로라면 국내 첫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벤처) 기업이 되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표는 본지에 각종 정책 조언을 하는 서경 펠로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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