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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약에 발빠른 투자...한발 더 가까워진 이건희의 꿈

[삼성바이오에피스 창사 5년만에 신약개발 도전]

삼성, 5대 신수종사업 '바이오' 지목 후 전폭적 투자

각축중인 항암제 대신 근본 치료제 없는 췌장염 선택

조기 상용화 땐 특혜상장 논란 등 의구심 해소 기대







삼성이 바이오 신약 개발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은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독자적인 신약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삼성 바이오사업의 양대 축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와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의약품 신제품 개발)의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자신감도 담겨 있다.

삼성의 바이오사업 진출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신수종사업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면서 닻을 올렸다. 이 회장은 TF에 김태한(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삼성토탈 기획담당 전무와 고한승(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삼성종합기술원 바이오&헬스랩 상무를 불러들였다. 이 회장은 “당장 10년 안으로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장고를 거듭한 끝에 삼성은 2010년 바이오를 5대 신수종사업으로 정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잇따라 설립했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삼성이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길게는 30년 앞서 시장에 뛰어든 LG·SK·CJ·코오롱 등 대기업도 바이오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파격적인 인재 영입과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의 적극적 협력을 통해 조기에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말 3공장이 준공되면 연간 36만ℓ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1위 의약품위탁생산(CMO) 기업으로 올라선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바이오시밀러 4종을 조기에 확보하는 등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차세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였기에 시련도 적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기업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해주는 하청공장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기술력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위탁 개발사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올 초에는 삼성의 바이오사업을 이끌어왔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총수 부재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졌고 지난해 증시에 입성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특혜상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삼성이 조기에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의 바이오 경쟁력을 둘러싼 의구심을 해소하는 동시에 이 부회장의 리더십까지 증명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이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항암제나 치매 치료제 대신 췌장염 치료제를 택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췌장염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방치하면 췌장암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대신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지만 상용화에 성공하면 부가가치가 막대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이 바이오 신약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면서 앞서 신약 개발에 뛰어든 셀트리온(068270)과의 경쟁 구도도 관심이다. 셀트리온은 2009년 9월 독감 치료용 바이오 신약 ‘CT-P27’의 임상시험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현재 글로벌 임상 2상 중에 있으며 계획대로 임상시험이 진행되면 이르면 3년 내로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 신약은 각종 독감 바이러스의 변종까지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벌써부터 글로벌 독감 치료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로슈 ‘타미플루’의 입지를 위협할 최대 경쟁자로 불린다.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 바이오시밀러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바이오의약품 신약은 꾸준히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글로벌 전체 의약품 매출액 순위에서 상위 10개 중 8개는 바이오의약품 신약이 차지했다. 글로벌 매출 1위인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지난해 단일 제품으로 160억7,800만달러(약 18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은 바이오 신약 시장은 지난해 2,140억달러에서 오는 2025년 4,22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바이오시밀러는 60억달러에서 660억달러로 늘어나 전체 바이오의약품 13.5%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삼성이 시장의 우려를 딛고 바이오사업에서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 성과를 거둬왔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신약 개발은 예상치 못한 각종 변수와 이변이 많아 단기간에 결과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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