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중국 3대 자동차 회사인 둥펑기차집단과 합자회사 ‘둥펑위에다기아’를 세운 기아자동차는 같은 해 3만대 수준이던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65만대로 20배가량 늘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꾸준히 늘던 판매량이 올 들어서는 말 그대로 반토막 났다. 기아차는 지난달까지 중국에서 15만대를 팔아 전년 대비 54%나 급감했다. 현대차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40.7% 줄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이뤄진 3월부터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면서 중국민들의 반한 감정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지만 지리·창안·창청자동차 등 현지 업체들이 꾸준히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경쟁력을 키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리자동차는 지난달까지 판매가 85%나 늘면서 뷰익을 제치고 4위까지 올라섰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시장은 한국 기업들에 기회의 땅이었다. 엄청난 인구와 연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발돋움한 중국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2010년대 들면서부터 양상이 180도 달라졌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질적 변화가 이뤄지고 자국산업 보호주의 경향이 짙어지면서 한계에 다다른 한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동시에 속속 사업을 접고 있다. 반면 해외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착실히 실력을 쌓은 중국 기업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수입된 중국산 승용차는 1,300여대로 전년 동기 2배가량 늘었다. 지난해부터 북기은상기차의 미니밴·트럭을 수입·판매해온 중한자동차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달에 1,000대를 돌파했다. 연간 180만대에 달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승용차로 확대하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중한차에 이어 베이징자동차와 둥펑자동차도 승용 전기차와 SUV를 국내 출시할 예정이고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BYD 역시 전기버스에 이어 승용차를 곧 내놓을 예정에 있는 등 올 들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동차뿐 아니라 휴대폰과 가전 등에서도 높은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제품이 밀려오고 있다. 화웨이가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고 하이얼과 샤오미는 국내 가전업체들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반면 현지화 문제와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 사업을 포기하는 한국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다. CJ오쇼핑은 연내 중국 광저우 기반의 남방CJ 사업을 접기로 했고 이마트도 남아 있는 6개 점포를 정리하고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중국 시장의 규모만 보고 진출했다 대부분 쓴잔을 들이켰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중국은 수요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이고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규제 등 비관세 장벽도 여전히 높고 현지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갈수록 공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보다 철저한 현지화와 정교한 가격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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