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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폭풍전야, 협력사도 초긴장]"일감 줄어 조마조마한데...기아차가 소송서 지면 우리 다 죽어"

■국내 최대 브레이크패드 제조업체 '상신브레이크' 가보니...

한달에 60시간 하던 잔업·특근 20시간이나 줄어

현대·기아차 따라 진출했던 중국공장도 가동 중단

"임금인상 좋지만 일자리 사라지면 무슨 소용 있나"

상신브레이크 직원들이 23일 대구 달성군 현풍 공장의 브레이크 패드 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완성차 납품 물량이 줄면서 공장 가동률이 크게 줄었다. /대구=조민규기자








“당연히 근로자 입장에서 많이 받으면 좋지예. 근데 일자리 없어지면 그게 무슨 소용입니꺼. 해외 공장이 몇 개나 됩니더. 기아차가 통상임금 부담으로 국내 생산을 줄이고, 우리 회사도 해외로 물량 돌리면 우리 조합원들은 우짭니까. 요새 밤에 잠이 잘 안 옵니더.”

23일 찾은 대구 달성군 상신브레이크 공장에서 만난 문영희 생산부 기장은 기자에게 하소연부터 했다. 국내 최대 브레이크 패드 제조업체인 상신브레이크는 올 상반기 1,550억원의 매출액과 1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탄탄한 회사다. 그럼에도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국내 인건비는 올라가는데 내수 부진으로 차가 덜 팔리기 때문이다. 차 생산·판매 부진으로 인한 완성차 업체의 경영 악화는 부품업체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안감은 비단 경영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생산라인에서 직접 브레이크 패드를 만드는 근로자들이 오히려 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생산물량이 주는 것 아니냐”는 근로자들의 우려를 경영진이 나서서 달래는 실정이다.

상신브레이크는 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의 1차 협력업체인 동시에 ‘하드론’과 ‘하이큐’ 등의 제품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회사다. 국내 브레이크 패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멕시코 등 해외에도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공장의 생산물량 중 50~60%가량이 AS 시장과 해외 수출 물량이다. 중국 공장 역시 현지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를 적극 공략해 현대·기아차 납품 비중을 3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위기를 겪으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시장이 대표적이다. 현대·기아차 상용차 공장을 따라 진출했던 중국 쓰촨 공장이 최근 사실상 가동을 멈췄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로 중국 내 상용차 판매량이 급감한 데 따른 여파다. 김정태 이사는 “공장을 마냥 놀릴 수는 없는 만큼 상하이 인근 우시 공장의 승용차 물량 중 일부를 쓰촨 공장으로 재배분해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공장은 이미 2~3년 전부터 물량이 줄고 있다. 가장 큰 고객인 현대·기아차의 생산 물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병희 공장장은 “생산라인 중 몇 곳은 주야간 2교대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라인은 주간조만 운영하고 있다”면서 “3년 전만 해도 생산직 1명당 한 달에 60시간 이상의 잔업과 특근을 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줄어 40시간 정도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신브레이크 대구 공장의 핵심 생산 제품인 브레이크 패드의 설비 가동률은 지난 2014년 86.1%에서 지난해에는 80.4%까지 떨어졌다.

공장 가동률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신규 인력 채용이 힘들뿐더러 기존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 서 공장장은 “최근 공장 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는 신규직원 채용 규모”라고 전했다. 상신브레이크는 약 360명의 생산직 직원들 중 매년 10명 안팎이 정년 퇴직한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신규 채용 인원은 7~8명 수준에 불과하다. 줄어드는 인력에 대한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문 기장은 “물론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통상임금도 이슈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젊은 직원 일부는 기대감을 갖기도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어려워지면 우리 회사도 같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완성차 업체가 잘돼야 우리도 공장을 돌리고 새 직원을 뽑을 수 있다”고 답답해했다.

상신브레이크는 2010년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이던 노조와의 갈등으로 직장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다. 이후 새로 선출된 노조 집행부는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현재는 개별기업 노조 형태다. “밤잠을 설친다”던 문 기장이 2010년 새로 결성한 노조의 초대 위원장이다. 그는 “노조가 사측에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바는 임금 인상이 아니라 고용안정”이라면서 “하루아침에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아무리 임금을 많이 받는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다.

상신브레이크 공장을 나서면서 보니 인근에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이래오토모티브(옛 한국델파이) 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래오토모티브는 과거 강성노조 때문에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업체다. 맞은 편에 있는 대동공업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측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대동공업은 일감 축소와 인건비 부담이 맞물리면서 현재는 잔업·특근이 전무한 상태다.

/달성=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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