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교보생명이 굉장한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상업보험료 지급결제와 연결하는 ‘실험’에 나섰기 때문이다. 외신까지 교보생명 사례를 다룰 정도다. 블록체인 기술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 보험사들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4월 정부가 주관하는 사물인터넷(IoT) 활성화 기반 조성 블록체인 시범사업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컨소시엄에는 인슈어테크 전문기업 ‘디레몬’, 블록체인 기술기업 ‘더루프’, 병원 의무기록 서비스 기업 ‘원’이 참여했다. 이들이 구현할 핵심기술은 블록체인과 IoT 간편인증 기술을 활용해 보험계약자에게 실손보험금 등 소액 보험금을 자동 지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실손 가입자가 병원을 이용한 후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으려면 병원에서 진료확인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사는 서류심사 등을 거친 후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활용하면 병원 진료기록과 타 보험사 계약 내용 등이 자동 스크래핑(추출)돼 분석·인증·지급 처리된다. 보험 계약자와 병원·보험사를 묶은 블록체인 안에 모든 과정이 기록되고 투명하게 처리되는 셈이다. 계약자 입장에서 보면 병원 이용 후 보험금이 자동 지급되는 혁신기술이기도 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르면 연내 시범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30만원 이하 보험금을 대상으로 시작한 후 점점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보험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소액 실손보험금이라는 한정된 분야로 첫발을 뗐지만 향후 다른 인보험과 자동차보험, 나아가 재난보험·재물보험 등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생명·손해보험사들은 업권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블록체인 기술을 국내 보험산업과 접목할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올 초 처음 블록체인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9개사 정도가 참여했는데 현재는 거의 모든 회원사가 들어왔다”며 “손보사들 역시 변화에 뒤처질 수 있다고 판단해 삼성화재 등 8개사가 5월 TF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잘만 하면 글로벌 시장의 선도적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보·손보 할 것 없이 관심을 쏟고 있다. 일부에서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지식과 전략, 그리고 의지가 앞으로 5년 내 회사의 위상을 뒤흔들어놓을 핵심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변화에 대한 안목이 없으면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고 선제적 도전에 나서면 글로벌 리딩 보험사가 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활용 논의가 대형재보험사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개별보험사들이 블록체인 기술 접목에 나서는 것도 긍정적이다. 일반보험의 경우 국가별·회사별로 상품 유형이 각각 달라 큰 틀에서 표준화된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지만 성공할 경우 글로벌 롤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나라별로 제도와 규제가 다르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우버처럼 편의성만 확보되면 해당 국가의 제도까지 바꿀 소비자 파워가 생겨날 수 있다”며 “과거와 달리 국내 성공사례가 글로벌 시장에 접목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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