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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의 일자리와 긱(GIG) 경제

안병익의 ‘스마트 라이프’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정된 형태의 고용보단 유연한 형태의 자기 고용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그런 흐름을 설명하는 단어가 ‘긱 경제’다.







최근 ‘긱(GIG) 경제’라는 용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긱 경제’는 필요할 때마다 단기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등을 활용해 일을 맡기는 경제를 말한다.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Uber)의 기사나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에 숙소를 제공하는 사람 등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에 참여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프리랜서와 1인 기업들이 모두 긱 경제에 해당한다.

긱은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필요한 연주자를 즉석에서 섭외해 공연한 행위에서 유래한 용어다. 이후 긱은 일회성 프로젝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계약을 맺는 고용 형태를 의미하는 단어로 진화했다. 예를 들어 마케팅 프로젝트를 위해 전문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 사진작가가 일정 기간 함께 일하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해체하는 형태다. 자기만의 전문적인 재능을 가진 1인 기업가나 프리랜서, 또 온라인을 매개로 한 공유경제에 기반한 서비스도 긱 경제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을 세상에 알린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의 제목은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였다. 이 보고서에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 새로운 기술 혁명으로 약 7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컴퓨터 공학, 수학, 엔지니어링 분야의 일자리 약 200만 개가 새로 생긴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성인이 되었을 땐, 약 65%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담고 있다.

미국 컨설팅 회사 오피마스는 핀테크 등의 발달로 2025년까지 전 세계 은행원 23만 명이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향후 20년 안에 전 세계 노동인력의 30~50%를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 내다봤다.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 미래 보고서를 뒷받침하는 자료인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것은 맞지만, 그 여파로 일자리 부문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11.3%로 4.2%인 전체 실업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취업준비생과 비정규직까지 실업에 포함시키면 실제 실업률은 33%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더군다나 청년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더 선호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으로 회사에서 밀려나는 선배들을 목도하면서, 리스크가 거의 없고 안정된 노후가 보장되는 공무원, 공기업 직원, 교사 같은 직종으로만 구직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 지방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응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다. 미래에는 더 이상 안정적인 직장이란 없다. 4차 산업혁명처럼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기 삶을 잘 지켜내는 방법은 자기만의 전문분야를 개척하고 발전시키는 것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유연한 고용을 표방하는 ‘긱 경제’가 적합하다. 긱 경제는 재능, 시간 등을 보유한 사람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연결돼 서로 재화와 용역, 대가를 주고 받는 거래 방식이다. 차량이 필요한 사람에게 차를 몰고 가 대신 운전해 주거나, 청소를 원하는 사람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은 온디맨드 경제가 바로 긱 경제 행위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제이슨 오버홀처의 저서 ‘허슬경제학’은 긱 경제에 적합한 신개념 고용 트렌드에 주목한 책이다. 저자는 ‘긱 경제’를 바탕으로 안정을 거부하는 프리랜서들의 시대가 왔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에 꼭 필요한 생존 기술로 ‘허슬(hustle)’을 제시하고 있다. 허슬은 사회의 오래된 관습이나 회사의 규칙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적극적인 비즈니스 행위를 일컫는다. ‘허슬러’들은 새로운 혁신을 위해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획기적인 발상으로 돌파구를 찾아내 급변하는 세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유연한 고용을 표방하는 ‘긱 경제’가 적합하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고용 성장률은 5.4%인데 비해 개인사업자(Solopreneur)의 성장률은 27%로 5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자료는 이 같은 성장세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개인 단위로 일을 하면 자신의 일정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고, 유연한 고용 여건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 IT 미디어 ‘리코드’는 온디맨드 서비스의 발전으로 지난해 380만 명이었던 독립형 일자리(개인 사업자) 종사자 수가 오는 2021년 92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온디맨드 프리랜서의 증가는 우버, 태스크래빗,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 서비스의 증가로 더욱 촉진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온디맨드 프리랜서 수는 전체 IT서비스 종사자를 합한 것보다 많다고 한다. 이 매체는 4년 후가 되면 독립형 일자리 숫자가 금융, 건설업 등 종사자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긱 경제의 독립형 일자리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중국 국가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O2O 경제로 탄생한 중국의 온디맨드 서비스 일자리는 2015년 1억 1,300만 개에서 2020년에는 2억 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 리서치도 20년 후 긱 경제 하에서 독립형 일자리 형태로 일하는 중국 인구가 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맥킨지글로벌연구소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10명 중 3명이 프리랜서 형태의 임시직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있다. 동남아시아 노동인력의 41%가 독립형 일자리 형태로 일하고 있다는 갤럽의 연구 결과도 있다.

기존 산업에 로봇,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 기술이 도입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일자리 변혁이 필연적인 흐름이 될 것이다. 평생직장 시대는 가고 ‘평생직업’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얘기다. 온디맨드 서비스와 공유경제의 발전에 발맞춰 고정된 형태의 고용보단 유연한 형태의 자기 고용을 추구하는 긱 경제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일자리 교육 및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긱 경제에 참여하는 개인을 어떻게 보호하고 발전시켜 나갈지 사회 각 계층의 관심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병익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씨온(현 식신 주식회사)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글 안병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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