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너 리스크에 따른 외국인 연속 순매도에 주가 하락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SK하이닉스(000660)도 도시바 인수 실패에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정보기술(IT) 업종을 대표하는 두 종목에 경고등이 켜졌다.
28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96%(4만6,000원) 하락한 23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5년 실형 선고에 지난 25일 1.05% 빠진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장중 2% 이상 하락한 229만8,000원까지 떨어지면서 230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 부회장 구속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028260)도 이날 3.37%나 하락했다.
오너 리스크 확산에 외국인이 순매도를 가속화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319억원 팔아치웠다. 이 부회장 선고를 앞두고 오너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24일부터 계산하면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1,190억원에 달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이 부회장의 부재가 사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를 부채질했다. 전날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는 “리더십 불확실성은 삼성의 성공을 뒷받침해온 대규모 투자를 둔화시킬 수 있다”며 “삼성과 다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단기적으로 삼성전자가 투자심리 악화를 피하기는 어렵다고는 분석이 나왔다. 이민희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고 경영 결정권을 가진 오너의 부재는 현재 삼성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자동차 전장 등 신규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의사 결정이나 ‘하만’ 인수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 결정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주가 방어 차원에서 진행 중인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도 외국인 매도에 따른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발표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방침에 따라 이날도 시장에서 1만2,000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주가는 떨어졌다.
한편 국내 증시 2등주인 SK하이닉스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73%(500원) 하락한 6만7,9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도시바가 도시바메모리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아니라 미국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WD)이 포함된 ‘신(新)미일 연합’에 넘기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회사 주가가 악재를 맞았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도시바 채권단과 일본 정부가 WD에 매각할 확률이 높아졌다”며 “도시바 인수자금을 아낀 SK하이닉스가 배당 등 주주 환원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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