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4단지 전용 70㎡는 정부 대책 전보다 호가가 5,000만~6,000만원 내렸는데도 거래가 잘 안 됩니다. 매물은 많아졌지만 매수자들이 나서지를 않네요. 계약을 했다가 대출이 막혀 거래가 불발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공인 관계자)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꼽히는 8·2부동산대책 발표 한 달을 맞은 서울의 주택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강동구 둔촌주공이나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등은 거래가 사실상 ‘올스톱’되며 중개업소들도 개점휴업 상태다.
개포동 주공1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달 전만 해도 매물이 한두 개 겨우 나올 정도로 귀했지만 지금은 6~7개 쌓였어도 매수 문의가 없다”고 귀띔했다. 이달 초 12억5,000만원 선까지 올랐던 개포 주공1단지 전용 41㎡의 호가는 11억7,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다주택자인 집주인들이 ‘세금폭탄’을 피해 매물을 조금씩 내놓고는 있지만 상당수의 매도자는 정부의 추가 대책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8·2대책으로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양도소득세 중과 시점인 내년 4월1일 전까지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일시적인 1가구 2주택자의 경우도 양도세 비과세를 위해서는 3년 안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한다. 이 때문에 양도세 중과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이 물건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31일 이후 이달 21일까지 0.11% 떨어졌다. 서초구가 -0.46%로 가장 많이 내렸고 강동 -0.42%, 송파 -0.24%, 강남 -0.15% 등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꼽히던 강남 4구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는 8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상승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5월 0.71%, 6월 1.58%, 7월 1.50%로 상승폭이 커지다가 8·2대책 이후 0.53%로 오름폭이 꺾인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대책의 규제 수위가 워낙 높은데다 그 범위도 세제·청약·재건축·대출까지 전방위적이어서 재건축 아파트나 분양시장으로 유입되던 투기 요소를 잡겠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8·2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강남권에서도 단지별로 재료에 따라 가격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의 경우 대책 직후 급매물이 나오며 14억원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호가가 올라가고 있다. 단지 인근의 B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4건이 가격을 올려 빠르게 거래됐다”면서 “지금은 가장 저렴한 물건이 1층짜리 14억7,000만원이고 나머지는 15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강남 4구와 함께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마포·용산·성동구의 일부 단지도 대책 이후 오히려 호가가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성동구 금호동4가 서울숲푸르지오2차의 경우 전용 115㎡의 매매 평균가격은 8·2대책 이전인 7월28일 11억원에서 이달 25일 12억원으로 1억원(9.1%) 뛰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책 이후 용산구는 0.03%, 마포구는 0.06% 상승했다.
8·2대책을 비켜간 경기·안양·의왕 등 수도권의 비규제지역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들썩이는 풍선효과 조짐도 보이고 있다. 평촌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평촌은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여전히 갭투자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면서 “풍선효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거래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대기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주택거래 동결 효과가 나타나는 등 정부 대책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허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 강화와 금리 인상, 공급 증가 등 세 가지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주택 가격) 하락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희영·박경훈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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