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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北 리스크에 방향성 못찾아 ...당분간 '불안한 관망'

[북핵 리스크 경제로 전이되나]

■금융부문

불확실한 국제정세·北움직임에 증시 변동 불가피

600조 넘는 외국인 원화자산 바로 이탈은 어려워

대북 리스크 '핑계' 차익실현·단기매매 치중할 듯

코스피가 5일 외국인의 매도세에 3.03포인트(0.13%) 하락한 2.326.62로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1,131원10전을 기록했다.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딜러들이 마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빗나가고 있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107억원을 매도하며 기관 매수세에 반등하던 코스피의 발목을 잡았다. 국제정세와 북한의 향후 움직임이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9일 북한의 건국절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보다 0.13% 떨어진 2,326.62에 장을 마쳤다. 전일보다 0.37% 상승 출발하며 반등 기대감을 안겨줬지만 곧 하락세로 반전했다. 특히 기관의 순매수에 삼성전자가 1.56% 오른 233만8,000원을 기록했지만 지수를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북핵 6차 실험에 따른 위기감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실물경제로도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관망세로 돌리고 있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김응탄 스탠다드앤푸어스(S&P) 국가신용등급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S&P는 아직까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조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코스피지수 움직임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은 잠시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북한 핵실험 직후인 지난 4일 오히려 코스피 하락폭과 외국인 매도액이 예상보다 소폭에 그쳤던 것도 외국인의 매매가 방향성을 가지기보다는 단기 매매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국내 법인 대표는 “원화 채권 자금을 포함해 600조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입장에서 당장 방향성 있는 매매를 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 차익을 실현한 종목은 팔고 하락폭이 큰 종목은 사들이는 박스권 단기 매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일 외국인은 현·선물시장에서 이색적인 매매 행태를 보였다. 현물시장에서 장 초반 매수로 대응하다가 장 마감 전 다시 매도세로 돌아섰지만 선물시장에서는 적극적인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현·선물 매매는 금융투자사들의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입시켜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 반대로 나타나며 프로그램 매도세를 부를 수도 있다. 북핵 실험 이후 외국인은 급등도, 급락도 바라지 않는 셈이다. 적절한 지수대에서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속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결국 외국인들은 보유하고 있는 원화 자산 중 주식을 먼저 처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올 2·4분기까지 외국인은 환차익과 시세차익으로 보유주식 가치는 1,623억달러(약 183조원)나 늘어났다”며 “대북 리스크와 삼성 관련 오너 리스크는 차익실현의 적당한 핑계”라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 자금이 대부분 미국계라는 점도 불안한 요인 중 하나다. 미국계 자금은 주로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인 만큼 신흥시장에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팔고 저평가된 종목은 사는 매매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파는 이유는 (한국) 시장을 파는 것이고 LG전자 매수는 기업을 사는 것”이라며 “LG전자의 자동차부품(VC) 사업, 가전·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북한 핵실험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보다 명확해질 때까지 대부분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 증시도 4일(이하 현지시간) 휴장해 아직 시장의 반응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영업부 부지점장은 “미국은 9월 첫째 주 월요일을 노동절로 기념해 휴장하고 5일 개장한다”며 “미국 시장 변동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후 북한 리스크가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다시 펀더멘털에 집중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2조원 가까이 순매도했지만 대부분 전기·전자업종에 집중됐고 금융·철강·화학업종은 사들였다”며 “북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가들이 코스피나 한국 시장 전반에 대해 완전히 부정적으로 돌아서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거 북한 리스크가 고조됐을 때 국내 증시의 확대된 변동성은 대부분 10거래일 이내에 원상복귀됐다는 분석이다.

/유주희·송종호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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