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본사 규제를 대폭 강화한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관련 업체들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특히 편의점업계는 점주가 포기할 수 있는 심야 영업시간대를 오전 7~8시 출근 시간 대로 늘린 것을 놓고 “점주 매출 감소와 고객 불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외식업계는 필수품목·특수관계인 등 정보공개 사항을 확대한 것에 대해 원가·마진 등 영업기밀 유출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편의점업계는 공정위가 13일 입법예고 한 가맹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 중 ‘영업단축 가능 심야 영업시간 확대’ 사항을 두고 “매출이 점심시간 다음으로 높은 오전 7~8시가 포함되면서 심야 영업을 단축하려던 점주들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정위는 현재 ‘오전 1~6시’로 규정된 심야 영업 제한시간을 ‘오전 0~7시 또는 오전 1~8시’로 늘리고 영업손실 발생 기간을 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조치가 상당수 점주에게 심야 영업 강제 효과로 돌아올 것이라 분석했다. 또 심야영업이 불필요한 점포가 극히 드문 상황에서 출근시간대에 갑자기 문을 닫는 점포가 생길 경우 소비자들의 혼란만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려서 점주들의 야간 영업에 부담을 줘 놓고, 반발을 덮고자 심야 시간 기준을 어설프게 조정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A 편의점 관계자는 “심야영업 단축을 가능케 한 제도를 만든 지 3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이를 신청한 점포는 실제 1~2%에 불과하다”며 “심야 영업시간을 이런 식으로 늘리기만 하면 영업 단축을 신청하는 점주가 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B 편의점 관계자는 “오전 7시부터 유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기 때문에 점포 대부분이 그 전에 영업개시를 하지 않으면 고객 이탈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들은 매출이 부진한 점포의 경우 심야영업 시간 조정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치킨·커피 등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원가 공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필수품목을 통한 가맹금 부과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은 원가와 마진을 모두 노출하라는 것과 같다는 걱정이 주를 이뤘다. 필수물품 공급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 성격 여부만 따져도 충분하다는 게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입장이다.
C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필수물품의 내역을 통해 원가와 마진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어 경쟁업체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며 “필수물품에 붙이는 가맹금의 수준은 업종 특성마다 다른 데 공정위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일부 영세 점주들은 공정위의 이번 개정안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본사 갑질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수도권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심야 시간이 0~7시로 확대되지 않으면 직원들이 막차를 타고 퇴근하기도, 첫차를 타고 출근하기도 어려워진다”며 “내년부터 최저시급이 9,000원대로 뛰게 되는데 아마 심야영업을 포기하려는 점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환·박준호·변수연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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