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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붉은 공간...기괴한 3D 애니...'제2백남준' 구정아 국내 첫 개인전

베니스비엔날레 등 무대 누비며 해외서 더 유명

아트선재센터서 자신 이름은 뒤집은 '아정구'展

개념미술가 구정아가 드로잉 60점 연작 ‘닥터 포크트(Dr. Vogt)’를 선보인 전시장 전경. 바닥을 형광분홍색으로 칠해 공간 전체가 붉은 빛이다.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




8년 전이다. 2009년 제53회 베니스엔날레 본 전시가 개막한 아르스날레 야외 공원. 전시 안내지도에는 분명 작품이 있다고 표시돼 있건만 아무것도 눈에 띄는 게 없어 당황하던 중 숲 속 고목나무가 부르르 떨며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 깜짝 놀랐던 일이 있다. 모터가 내장된 이 작품은 관객이 가까이 다가가야 감지해 반응한다. 이 비엔날레의 또 다른 전시장인 자르디니 앞에서 관객들은 또 한번 놀랐다. 안내도에 적힌 작품을 찾지 못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휑한 잔디밭에 주저앉아야 비로소 보이는 곳곳의 반짝임. 지름 1㎝ 크기의 큐빅 수백 개가 흙 속에 숨어 베니스의 찬란한 햇빛에 이따금 반짝이며 공간 전체를, 가짜 보석을 발견하고 당혹스러워하는 관객까지도 작품으로 만들었다.

유럽을 기반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개념미술가 구정아는 이처럼 우연히 발견한 의외의 사물들, 일상에서 마주치는 예상 밖의 상황을 연출해 관람객을 자신의 내면에 눈뜨게 한다. ‘작품 같지 않은 작품’이지만 그녀는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2004년)을 한 백남준 이후 첫 한국인으로 해외 미술계에서 더 유명하다. 1991년 프랑스 에콜데보자르로 유학을 떠난 그의 국내 첫 개인전 ‘아정구’가 종로구 율곡로3길 아트선재센터 2·3층에서 열리고 있다.

구정아의 3D애니메니션 신작 ‘미스테리우스’(오른쪽)와 ‘큐리우사’ 전시 중 일부.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


자신의 이름을 뒤집은 전시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강남구,마포구처럼 지역을 가리키는 듯한 제목은 그의 예술색이 지배하는 가상의 지역을 설정한다. 온통 붉은 방으로 변한 3층 전시장부터 보자. 구정아답게 ‘역시나’ 사람을 당혹게한다. 작가가 손 댄 곳은 바닥이었다. 조명은 여느 전시와 다름없다. 바닥 전체를 형광분홍색으로 칠하자 아래에서 올라온 반사광이 공간 전체를 뒤덮었다. 심지어 착시효과로 백색등이 빨강의 보색인 녹색으로, 산란효과로 누렇게 보일 정도다. 위에서 쏟아진 빛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의 변화를 시도한 것은 일상에서 예술을 찾아내는 작가의 태도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벽에는 ‘닥터 포크트(Dr.Vogt)’라는 제목의 드로잉 60점이 걸렸다. 표면이 매끈한 사진 인화지에 파란색 펜으로 그린 그림에는 고립된 섬, 수행하는 듯한 몸짓의 사람 등이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사적이면서도 묵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낯설고 괴이한 공간이지만 요가든 등산이든 우울함이든 관객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낸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전시다. 걸린 그림들은 작가가 2010년 미국 디아재단 초청으로 3개월간 현지에 머물 때 제작됐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선보인 구정아 작가의 설치작품. 모터가 내장된 고목나무가 관객이 다가갈 때만 움직이며 소리를 낸다. /서울경제DB




2층에서는 작가가 처음 선보인 3D애니메이션 ‘미스테리우스’와 ‘큐리우사’가 상영중이다. 머리 큰 외계인 혹은 태아를 닮은 생명체가 중력을 초월해 유영하듯 움직이는 장면이다. 작가는 1998년부터 자신의 상상이 펼쳐지는 가상공간 겸 개념으로 ‘우스(Ousss)’를 제시해왔고 영단어 ‘미스터리(mystery·신비)’와 ‘큐리어스(Curious·호기심 많은)’에 접미사처럼 사용해 제목을 붙였다. 전시는 다음달 22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연말께 과천관에서 ‘야외 조각프로젝트’로 구정아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구정아의 최근 전시는 리버풀 비엔날레,라라이아재단과 쿤스트할레 미술관, 디아재단과 디아비콘미술관 등지에서 열렸고 2014년 광주비엔날레와 그해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스위스 국가관 전시, LA현대미술관(LACMA) 그룹전 등에도 참여했다. 2005년 에르메스미술상을 수상하고 DMZ프로젝트 등에 함께 했지만 얼굴과 사생활 노출은 극히 꺼리는 작가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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