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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품은 하이닉스 연합]위기 이겨낸 '최태원의 뚝심'…글로벌 낸드 강자로 부상

도시바 낸드 원천기술 활용 협력

최대 수요 애플과도 커넥션 구축

SK '미래 비즈니스' 지평 넓혀

한국 반도체 도약 관건은 시너지

"경영권 확보 아닌 지분참여 형태

실익 생각보다 크지 않다"지적도





20일 도시바 메모리가 우여곡절 끝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품에 안김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새판 짜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전 결과는 크게 보면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의 수성 성공’, 개별 기업으로는 ‘SK하이닉스-도시바-애플 커넥션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반도체 한국’의 위상은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슈퍼 호황기에 올라탄 메모리 분야에서 반도체 굴기를 천명한 중화권의 거센 도전을 막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간 시장에서는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같은 새 플레이어가 낸드플래시 시장에 뛰어들 경우 치킨게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SK하이닉스가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게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5위(9.9%, 2·4분기 D램익스체인지 기준)인 SK하이닉스로서는 2위(17.5%) 도시바와 손잡게 된 것뿐만 아니라 애플까지 연합전선에 끌어들여 미래 비즈니스 지평을 크게 넓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를 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만 이번 인수가 경영권 확보가 아닌 지분 참여 형태로 낮은 단계라는 점, 인수전 패자인 웨스턴디지털(WD)과 도시바의 소송 리스크 등으로 실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당장 인수전 결과보다는 공동 인수 주체와 도시바가 얼마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가 관건이 되지 않겠느냐”며 “2~3년 후에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이 경영권 갖고, SK하이닉스는 융자 방식 참여=계약 조건을 보면 인수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역으로 유추 가능하다. 매각 가격은 2조엔(약 20조6,000억원)이다.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합쳐 5,675억엔, 도시바가 2,500억엔을 부담하고 애플이 3,350억엔, 미국의 모 정보기술(IT) 대기업이 2,200억엔, 도시바 외 일본 기업이 275억엔, 대형 은행이 6,000억엔을 주식과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융자로 출연하는 방식이다. 의결권 지분 비율도 베인캐피털 49.9%, 도시바 40%, 일본 기업 10.1% 등으로 일본 측이 경영권을 행사한다. SK하이닉스 진영은 2조엔과는 별개로 연구개발비 4,000억엔(약 4조1,000억원)을 제공하는 한편 WD와 소송으로 도시바에 손실이 생기면 500억엔도 보상해주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일단 융자 방식으로 참여한다. 향후 SK하이닉스가 취득할 수 있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도 의결권이 없는 15%로 제한된다. 경영상 중요한 의사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지분을 제한한 것은 각국에서 진행될 반독점 심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도시바·애플 커넥션 형성=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한 메모리 반도체다. D램과 달리 전원 공급이 없어도 데이터 보관이 가능하다. 스마트폰·노트북·PC 등에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클라우드·빅데이터·인공지능(AI) 같은 인터넷서비스 구현 서버 시스템도 낸드플래시 기반으로 바뀌면서 수요가 폭증하는 추세다.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5.6%로 압도적 1위. 도시바와 WD가 각각 17.5%로 뒤따르고 있고 4위 마이크론이 12.9%, 5위 SK하이닉스가 9.9%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로 시장점유율이 27.4%로 뛴다고 말하지만 점유율 단순 합산은 지나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의결권 없는 주식 15% 정도를 확보하는 것에 그치는 만큼 당장 낸드 경쟁력 강화보다는 도시바와 사업 협력을 할 수 있는 ‘공식적 관계’를 만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1년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차세대 메모리로 손꼽히는 ‘M램’의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를 우군으로 확보해 특허권 사용에 따른 소송 등에서도 운신의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최대 수요 기업인 애플과 관계를 튼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번 인수로 낸드플래시의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게 된 애플로서는 삼성과의 가격 협상력을 강화하는 한편 SK하이닉스와의 제휴 방안도 적극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반도체 위상 업그레이드…문제는 시너지=국내 반도체 업계는 도시바가 WD나 마이크론 혹은 중화권 기업으로 넘어갔다면 훨씬 골치 아픈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인수 결과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만은 확실한 셈. 관건은 결국 시너지를 제대로 내느냐 여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기술이나 생산량에 얼마나 접근 가능할지가 포인트”라며 “인수 성공 후에도 지분의 50.1%를 보유할 일본 측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해 기술이나 생산량 유출을 엄격히 제한하면 투자 실익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임원은 “도시바에 군침을 흘린 중국 업체가 인수했다면 설비 경쟁이 빚어질 수 있었다”며 “다양한 인수 주체 간 제휴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는 것이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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