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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1년] 꽃·축산시장 매출 70~80%↓...5만원 맞추려 '수입산 선물' 급증도

■신음 커지는 현장 가보니

꽃 배달원도 40명서 8명으로 뚝...일자리까지 줄어

외식업 3곳중 2곳 매출 감소..."저녁 영업 아예 포기"

유통가는 초고가·5만원 이하만 인기끌어 양극화 뚜렷

공연계선 "협찬 못받아 문화·예술 진흥 막는 역효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1주년을 앞둔 20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시장이 예년과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축산·화훼 농가의 경우 법 시행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은석기자






“김영란법 이후로 여기 꽃 시장에서 8개 점포가 문을 닫았습니다. 김영란법 시행 직후에 매출이 20% 빠졌다면 지금은 80%가 빠졌어요. 다들 말라 죽고 있습니다.”

남대문 대도시장의 꽃도매상가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열(73)씨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남대문 꽃시장은 전멸 상태라고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문을 닫고 싶어 하는 상인들이 더 많지만 부동산에 내놓아도 매물이 나가지 않아 어찌어찌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화훼시장만의 어려움이 아니다.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마장동 우시장 등 주요 현장을 다녀본 결과 하나같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영란법이 부패방지를 위한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는 긍정 평가도 있다. 하지만 유통 및 외식 업계들의 고통은 점점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대문 꽃도매 시장의 근무 인력도 줄어들고 있다. 최명숙(64)씨는 “여기서 꽃 배달해주는 아저씨들도 30~40명에서 현재 8명으로 줄었다”고 했다. 꽃을 사가는 사람이 없게 되면서 농가도 타격을 입었다. 추석 대목도 이들에게는 먼 얘기였다. 최씨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5만원 미만 선물 세트가 많이 나갔다고 돼 있는데 우리는 아예 그런 수요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마장동 축산물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은 수도권 축산물 유통량의 70%를 책임지는 곳이다. 매장마다 명절 선물용 상품을 진열대에 올려놓기는 했지만 구매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나마 있는 손님들은 식사용으로 소량의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사갈 뿐이었다. 상인들은 직원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가족을 총동원해 영업을 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위기를 건너고 있었다.

30년째 이곳에서 일했다는 정선축산유통의 문부기 사장은 “장사가 좀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설도 안 좋기는 했지만 이번 추석은 정말 너무하다”며 “지난해 추석에 비하면 매출이 70% 가까이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음식점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법 시행 이후 외식업체 3곳 중 약 2곳꼴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식의 경우 매출 감소폭이 무려 35%에 달했다.

서대문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사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점심은 3만원 이하로 해서 손님이 어느 정도 된다”며 “하지만 저녁은 3만원 이하로 못 하다 보니 사실상 저녁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음식점은 법 시행 이후 저녁 영업시간을 10시로 단축하는 등 인건비를 아끼며 버티고 있다.

유통 업계 역시 추석 선물 세트 판매가 예년보다 늘었지만 양극화는 더 뚜렷해졌다. 초고가 상품과 5만원 이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중가 상품대 판매가 저조한 것이다. 문제는 5만원대 상품을 맞추기 위해 국산이 아닌 외국산을 쓸 수밖에 없는 해프닝도 나타나고 있다. A 백화점의 관계자는 “육류뿐만 아니라 수산물·과일 등 외국산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에도 ‘김영란법’ 여파가 작지 않다. 특히 클래식 공연의 경우 티켓 가격을 김영란법이 규정한 선물 상한액(5만원)에 맞추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기업들의 후원 규모 역시 법 시행을 기점으로 급감해 타격이 크다. 클래식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법 시행 이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아예 협찬을 중단했으며 그 외 기업들도 기존에 비해 후원금을 30~40% 수준으로 줄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김영란법이 엉뚱하게 문화예술 진흥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며 “클래식 등 대중의 지지만으로는 자립이 힘든 기초예술 분야의 경우 김영란법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 업계도 당초의 우려만큼은 아니지만 객단가가 감소하는 여파를 겪었다. 고급 회원제 골프장의 타격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제 골프장 이용객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신고세액이 전년 대비 64억여원 줄어 6년 만에 감소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경기도의 A 골프장 대표는 “기업 등 법인 회원들의 접대 라운드가 줄어들면서 이용객 1인당 지출이 3~5% 감소했다”고 말했다./박윤선·나윤석·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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