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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고 추상화 그리듯이 무대에 펼쳐낸 '인간의 죽음'

파파이오아누 '위대한 조련사' 초연

SPAF와 국제협력제작으로 선봬





여백의 미로 가득한 회화의 연속 같지만 시각적 충격은 강렬하다. 자신을 ‘무대 위의 화가’로 소개하는 그리스 연출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사진·53)가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축제에서 재연한 ‘위대한 조련사(the Great Tamer)’에 대해 현지 평론가들은 ‘신비로움과 마성의 수수께끼 사이의 몽환적인 작품’ ‘다이아몬드 원석’ ‘영혼을 점령한 실험적이고 세련된 시’ 등의 찬사를 보냈다.

위대한 조련사는 파파이오아누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국제협력제작 방식으로 선보인 작품으로 오는 28~3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아시아 초연한다. 그의 생애 첫 국제협력작품인 ‘위대한 조련사’ 개막을 앞두고 방한한 파파이오아누는 ‘위대한 조련사’를 “유일하게 죽음을 인지하는 동물인 인간이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투쟁을 하는지를 탐구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순수미술 화가였던 그는 풍경화, 인물화, 정물화 등을 주로 그리며 실재하는 자연을 화폭에 담았지만 무대로 옮겨간 그는 한편의 시를 써내려가듯 또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추상화를 그리듯 무대를 쓰고 그린다. 그의 상상력과 내면의 철학을 담아내기에 캔버스는 좁았던 탓이다. 탄츠테아터의 창시자인 피나 바우슈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그는 1986년 에다포스 댄스 씨어터를 창설하고 피지컬 씨어터, 실험 무용, 퍼포먼스 등을 결합하며 고유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그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찬사는 ‘절대적인 단순미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화려한 기술이나 볼거리 대신 상징과 은유를 아날로그식으로 버무린 단순 미학의 극치를 선보인다. 그러나 추상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지 않듯 그 역시 그의 작품을 스스로 평론하고 설명하기를 꺼린다. 그에게 예술은 이해가 아닌 경험의 영역인 탓이다. 다만 그는 “인간은 복잡한 언어를 만들었고 잘못된 창조물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조용히, 가만히 있는 능력, 여백이나 공백을 느끼는 능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이럴수록 나는 단순성을 극대화한 예술로 회귀하고 싶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SPAF는 ‘위대한 조련사’의 한 장면인 가죽 구두 밑창에서 뻗어난 나무 뿌리 사진을 올해 축제 공식 포스터로 내걸었다. 그는 “시리아 난민들이 그리스로 오면서 그리스는 유럽연합의 공식 지침 없이 인본주의적으로 난민 문제를 다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자신들의 본거지를 벗어나 새로운 땅에 정착해야 했던 그들의 운명과 한때 그리스를 떠나 유럽 각지에 뿌리 내려야 했던 그리스인들의 운명을 떠올리며 떠남을 의미하는 가죽신발과 이들의 문화적, 민족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뿌리를 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18세 성인이 되자마자 자유로운 삶을 위해 그의 아버지를 떠났다. 그런 그가 프로덕션에서 스태프들을 이끌면서 “나 역시 아버지가 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떠남과 속박의 공존은 인류 공통의 역사이자 개인 삶의 원리이기도 한 셈이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제공=SP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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