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싱어송라이터인 밥 딜런에게 상을 안기며 깜짝 놀랄 만한 ‘파격’을 선보였던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는 순문학의 ‘본류’로 돌아왔지만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수상자로 예측한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반전 가득한 이변’이 연출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즈오 이시구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그가 “위대한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들을 통해, 세계와 닿아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드러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발표 전까지 영국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는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캐나다의 마거릿 애트우드 순으로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일본계 영국인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래드브록스가 예측한 유력 후보군은 아니었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이시구로는 5살 되던 해 아버지가 영국국립해양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이직하면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영국 켄트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다시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 진학해 문예 창작을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2년 원폭 후 일본의 황량한 풍경을 그려 전쟁의 상처를 드러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으로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으며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시구로는 세 번째 소설 ‘남아 있는 나날’이 1989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그는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1995년), ‘우리가 고아였을 때’(2000년), ‘절대 날 떠나지 마’, ‘녹턴’ 등을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가장 최근 발표한 소설 ‘파묻힌 거인’(2015년)까지 그는 모두 8권의 장편소설과 영화와 드라마 각본 등을 썼다.
이시구로는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995년엔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엔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기도 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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