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첫 방송된 Mnet ‘더 마스터’는 6가지 장르의 음악을 대표하는 마스터들 임선혜(클래식) 장문희(국악), 최정원(뮤지컬), 최백호(대중가요), 윤희정(재즈), 이승환(밴드 공연)이 마스터로 출해 ‘운명’을 주제로 한 최고의 첫 무대를 펼치는 모습을 그려냈다.
각 장르를 대표하는 음악인들이 하나의 주제를 두고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는 음악 예능프로그램 ‘더 마스터’의 가장 첫 순서는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시아의 종달새’ 임선혜였다. “첫 순서라 매우 떨린다”며 긴장한 임선혜는 ‘울게하소서’를 불렀다.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음악인생에서 가장 큰 모험을 던진 임선혜의 무대는 현장 뿐 아니라 브라운관 밖에 있는 시청자들에게까지 큰 울림을 선사했다. ‘울게하소서’를 열창한 임선혜는 “관객들로부터 자유를 선물 받은 무대”라며 감동했다.
두 번째 무대는 최백호였다. “그야말로 먹고 살려고 노래했다. 애정이 없었다”고 지난 과거를 회상한 최백호가 부른 노래는 이미자의 ‘아씨’였다. 이유는 50~60년대 전통 트로트의 가치를 다시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최백호는 “처음에는 가사의 의미를 몰랐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한 사람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노래로 여기고 있다”고 음악에 대해 설명했다.
최정원은 3번째로 무대에 올라, ‘운명’이라는 주제에 맞춰 뮤지컬 ‘캣츠’ OST인 ‘메모리’와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믹스해 불렀다. 최정원은 최근 다리 부상으로 활동 공백기를 맞이했었다. ‘더 마스터’의 출연을 망설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던 최정원은 무대에 오를 수 없었던 지난날에 대해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 기분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며 무대에 대한 간절한 열방과 안타까움을 전했다. 비록 화려한 군무는 볼 수 없었지만, 뮤지컬 마스터다운 감정전달과 안무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가 끝난 후 최정원은 “설렘 즐거움 두려움 아쉬움이 공존한 무대”라고 자평했다.
4번째 무대는 이승환이었다. “가수는 지상 최고의 직업이다. 행복한 일”이라며 천생 가수임을 고백한 이승환은 들국화의 ‘사랑일 뿐이야’를 불렀다. 들국화는 아마추어로 활동했던 이승환이 ‘가수가 돼야겠다’고 결심하도록 도와준 가수였다. 이승환은 “처음에 아마추어로 학교 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프로로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1985년 겨울 들국화의 라이브를 보고, 저렇게 전율과 소름을 감동을 선사하는 일이라면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터뜨린 이승환은 416합창단과 함께 하모니를 맞추면서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5번 째로 무대에 오른 장문희는 ‘천지삼겨’를 열창했다. 국악의 대한 편견을 깨고자 윤일상의 편곡 도움을 받아 명창다운 놀라운 발성으로 판소리 무대를 꾸몄다. 최백호, 임선혜 등 다른 출연자들은 “국악이 굉장한 시도를 했다”며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무대를 마친 후 눈물을 보인 장문희는 “힘들었다. 혼자 외롭게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 앞에 서는 건 낯설고 두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윤희정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면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재즈 ‘세노야’를 부른 윤희정은 힘이 넘치면서도 리드미컬한 무대를 꾸미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윤희정은 “제겐 운명과 같은 노래다. 뿌듯했다”며 “40년 넘게 노래를 했는데도 긴장되더라. 수준 있는 관객들이 대단했다”고 감탄했다.
첫 번째 경연의 우승자, ‘그랜드 마스터’는 첫 번째 무대에서 활약한 임선혜 소프라노에게 돌아갔다.
사실 이날 무대에서 ‘그랜드 마스터’는 큰 의미가 없었다. 마스터 중에서도 관객들이 선택한 1등인만큼 무척이나 값지고 영광스러운 자리였지만, 누구 한 사람이 뛰어나다고 하기에는 각 무대가 주는 울림과 감동, 매력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었다.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재미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해 ‘경연’이라는 제도를 사용한 ‘더 마스터’였지만, 이들 마스터의 무대 중 진짜 ‘경연’을 위한 편곡은 없었다. 마스터들은 그저 대중에게 더 다가가고 소통하기 위한, 더 나아가서 ‘음악’ 그 자체를 말하기 위해 노래할 뿐이었다.
억지로 만들어 진 것이 없는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딱 이게 음악이다”라는 이승환의 감탄은 ‘더 마스터’를 보는 시청자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처음 보는 형식의 프로그램인 만큼 ‘이게 뭐지’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그리고 ‘목소리’로 사로잡은 것이다. 심지어 마지막 에필로그로 선보인 MC 윤도현의 ‘흰수염고래’ 무대마저 감동 그 자체였다.
‘더 마스터’는 최근에 유행하는 아이돌이나 서바이벌, 오디션과 같은 키워드나 소재가 없어도, 얼마든지 좋은 음악예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와도 같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하게 존재했다. 바로 국악의 무대와 편곡이 따로 노는 듯 언발란스 했던 것이다.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인 실험이었지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하나로 어우러진 느낌을 주지 못했다. 실제로 국악 무대를 감상한 많은 이들은 “제일 기대한 무대인데, 편곡과 명창의 소리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몰입이 깨졌다. 명창의 목소리만 들었어도 충분히 좋았을 무대”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10부작으로 기획된 ‘더 마스터’의 2장 주제는 ‘사랑’이다. 음악의 다양성과 공존을 꿈꾸는 ‘더 마스터’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20분에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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