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은 이날 KDI국제정책대학원 개교 20주년 기념으로 특강에 나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대한민국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2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남수단과 북수단의 전쟁은 ‘물’을 둘러싼 기후변화 문제가 기저라고 설명하면서 한국과 비교했다. 수단의 내전도 물을 둘러싼 갈등이 유발이 됐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역시 물, 환경, 인권 등 미래 비전을 내세워야 국정 운영에 정치적 논리가 들어설 여지가 없고 갈등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그는 “정치적인 문제에 함몰하지 말고 기후 변화 등 지속 가능한 개발에 앞장서서 이행해 나가면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문제가 훨씬 중요도가 떨어질 것”이라며 “국민들이 배가 부르면 마음이 풍요로우면 정치적 불평을 안 한다. 그래서 노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이 강조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로는 유엔이 확정한 깨끗한 물, 양질의 일자리 등 17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반 전 총장은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우리의 경제규모가 3배 차이지만 국제사회에 기여도는 10배, 100배 차이”라며 “한국인 출신 유엔사무총장으로 앉아 있으면서 부끄러웠다”고 회상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에 대해서도 “한국의 현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미약하다”며 “2030년까지 37%를 감축하겠다고 하는데 조금 더 용기 있게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은 녹색기후기금(GCF)본부를 한국에 유치했던 이명박 정부를 지속 가능한 개발에 힘을 썼던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전 정부에서 했지만 많은 역할이 있었다”며 “이명박 전 정권에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GCF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GCF가 설치될 때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를 모아서 개도국에 지원을 하려고 했다”며 “현재 금고에 10억 달러도 안 들어 와 있는 상황인데 한국 정부와 국제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연 이후 반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총리가 지속가능한 개발과 관련한 정부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답했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과 본인의 정계 복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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